[정몽준 대선출마 선언] 월드컵 성공신화 주역… ‘0.1% 재벌’ 이미지 극복 최대과제

입력 2012-04-29 18:48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의 대권 ‘재수(再修)’는 성공할 수 있을까.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로 대권 꿈을 접었던 정 전 대표는 ‘2002 한·일 월드컵’ 성공 신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다양한 경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대가(家) 2세이자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로 2조원대 재산을 소유한 ‘대한민국 0.1% 재벌’이라는 점은 단점이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도 바로 이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2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기업은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큰 혜택을 받아왔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턱없이 낮은 지지율은 두 번째 극복 대상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 전 대표 지지율은 1∼3%대에 불과하다.

2009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지내며 잠시 10%를 넘기도 했지만 이후 좀처럼 예전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엄청난 언론 노출도를 생각해볼 때 본격적으로 대선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지지율은 금세 달라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취약한 당내 기반도 문제다. 1988년부터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머물다 2007년에야 새누리당에 입당한 정 전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친박근혜계뿐 아니라 친이명박계로부터도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그나마 ‘정몽준 사단’으로 분류되던 전여옥, 이사철, 정양석, 정미경 의원 등도 4·11 총선을 거치면서 탈당하거나 낙천·낙선해 당내 세력 기반은 더 약해졌다.

정 전 대표는 출마 선언 이전부터 “비박(非朴·비박근혜) 후보들이 힘을 합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잠룡들의 연대 없이는 박 위원장 ‘아성’을 깰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과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박 위원장과 1대1 구도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 전 대표는 보다 날카롭게 박 위원장과 각을 세웠다.

그는 “박 위원장은 당의 리더십을 확고히 장악했고 1인 지배체제를 확실히 했다”면서 “당은 지금 생명력이나 자생력이 전혀 없으며 당내 민주주의는 실종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기록을 살펴보니 박 위원장도 10년 전 국민경선을 왜 안 하느냐며 탈당하신 분”이라며 “이해가 안 되는 분”이라고 힐난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