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자 내는 국제행사 전부 점검해야

입력 2012-04-29 18:26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들의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내년도 예산안작성 세부지침을 각 부처에 통보키로 하면서 지자체가 추진하는 국제 이벤트의 타당성 조사 대상을 현재의 총사업비 100억원에서 50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이런 방향으로 관련 규정과 지침을 개정했다.

지자체들의 무리한 국제행사 유치와 방만한 운영은 한두 차례 지적된 일이 아니다. 민선 단체장들이 치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너도나도 국제행사 유치에 나서면서 지자체 재정은 물론 국고도 낭비돼 왔다. 감사원이 지난해 7월 2008∼2010년 국비 10억원 이상을 지원받은 28개 지자체 국제행사 실태를 감사한 결과 총 사업비는 1조676억원이 투입됐지만 수입은 1918억원에 그쳤다. 인천세계도시축전의 경우 적자규모가 100억원대, 전남도의 F1대회도 4855억원의 운영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형편이 이런데도 4년마다 단체장 선거를 치르는 지자체는 자기통제가 되지 않고, 이들이 이런저런 정치적 배경을 깔고 국제행사를 유치하겠다고 나서면 중앙정부도 마지못해 추인해주는 일이 반복돼 왔다. 따라서 방만한 국제행사 유치에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긋는 것은 나라살림을 책임진 정부의 당연한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이기도 하다.

비단 국제행사뿐 아니라 무분별한 지역 축제 등도 적절히 통제돼야 마땅하다.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비춰 꼭 필요한 사업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사업성까지 갖춘 블루 오션을 개척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인기에 영합해 재원을 낭비하는 일은 미리 경고하는 게 옳다. 이를 무시하고 일을 추진하다 위기에 부딪치는 지자체와 관련자들에는 가차 없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막대한 재정이 드는 복지나 개발 공약들이 남발될 것으로 우려되는 마당이다. 해외를 보더라도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두 단계 강등된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재정위기가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웅변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