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만해진 親朴 재정비 필요하다

입력 2012-04-29 18:25

“정치는 정쟁이 아니라 민생이다. 총선이 끝나니 민생은 등한시하고 정쟁으로 돌아간다면 국민들이 표 준 것을 후회하지 않겠나.”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부산·경남지역을 방문해 한 말이다. 지난 25일 충청지역을 찾아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보이면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데 이은 두 번째 경고다. ‘박근혜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소위 비박(非朴)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측면도 있지만, 권력 암투 중인 친박근혜계 인사들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강하다고 하겠다.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둔 직후부터 친박(親朴)계는 분화 중이라고 한다. 신실세와 구실세, 신주류와 구주류로 나뉘어 충성경쟁하고 있다거나 경제민주화라는 정책 노선을 둘러싸고 개혁파와 보수파가 알력을 빚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자 박 위원장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하고, 친박 인사들이 서로 박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려 티격태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유승민 이한구 이혜훈 의원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 등의 최근 발언을 들여다보면 친박계 내의 권력 다툼이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케 한다.

대선까지 8개월여 남았는데 벌써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자기들끼리 갈등하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한 행태다. 국민들도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며 실소(失笑)를 금치 못할 듯하다. 서병수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처럼 친박계 인사들은 자숙하며, 박 위원장이 신경 쓰는 민생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야 한다.

박 위원장은 경고만 할 게 아니다. ‘계파는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게 확인됐다. 무엇보다 내달 15일 새누리당 지도부가 다시 짜여지는 대로 참모진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신뢰를 쌓아온 친박 인사들을 전부 내칠 순 없겠지만, 비박 인사들을 중용하는 용인술을 통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얘기다. ‘박 위원장이 인(人)의 장막에 싸여 있다’는 비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