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수원 현재의 도덕성과 안전성으로는
입력 2012-04-29 18:23
잦은 사고로 툭하면 가동이 중단됐던 원자력발전소가 이번에는 수억원대 납품비리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월성 원전 소속 간부의 차명계좌에 10억원의 뭉칫돈이 숨어있어 상납 여부를 캐기 위해 고위층으로 수사를 확대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간부는 영광 원전 근무 당시인 지난해 4월 짝퉁 부품(실링 유닛)을 납품 받은 대가로 업체 간부로부터 1억원을 받아 구속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모든 국민이 원전의 안전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가짜 부품을 납품받고 제 잇속을 챙긴 몰염치가 할 말을 잊게 한다. 지난해 말 시작된 원전 납품비리 수사로 울산지검에 직원 4명과 브로커 1명이 구속됐고, 부산지검동부지청에는 직원 2명이 구속됐다. 가히 비리발전소라 부를 만하다.
안전이 생명인 원전에 이 같은 구조적인 납품비리가 만연할 경우 국민들은 원전 관련기관의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하다고 정부가 아무리 강조해본들 짝퉁 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온 세상에 드러난 마당에 누가 이걸 믿어주겠는가. 100만개에 이르는 부품이 정밀하게 연결된 원전에 어느 한 곳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었단 말인가.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수력원자력측은 아무런 말이 없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한수원의 원전 운영이 근본부터 변해야 한다. 한수원이 개혁되지 않으면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재고돼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안전성과 도덕성으로는 원전 건설 지역 주민들의 반대는 물론 국민들의 공감도 얻지 못할 것이다.
원전은 효율성은 높지만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경우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게 되고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우리로서는 해외 원전 수출이라는 비중있는 국가전략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더욱 정도를 걸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말할 것도 없이 검찰의 철저한 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