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쿠데타 위해 집단군 확보·공군 매수 추진”
입력 2012-04-27 23:16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가 쿠데타 기도 혐의로 조사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지지(時事)통신은 지난 25일 베이징발 기사에서 당 중앙이 보시라이의 쿠데타 음모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보시라이가 권력 탈취를 위해 저우융캉(周永康) 중앙정법위 서기와 함께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보쉰닷컴이 최근 보도한 데 이은 것으로 주목된다.
지지통신은 보시라이가 해임되기 전인 지난달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쿠데타 모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유라고 복수의 당 관계자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날 전인대 전체회의는 개막식과 폐막식 중간에 지역별, 직능별 분임 토의 내용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러나 보시라이는 당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충칭에 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들은 이에 ‘보시라이 불출석’을 크게 보도했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지도부는 충칭에 사람을 보내 보시라이를 급히 베이징으로 데려왔다는 것이다. 당 중앙은 보시라이가 충칭에서 ‘반(反)중앙운동’을 기도하려 한 것으로 의심했다고 당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에 앞서 보쉰은 보시라이가 저우융캉의 중앙정법위 서기직을 물려받은 다음 시진핑(習近平)을 최고 권력자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이 자리를 차지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보시라이가 이를 위한 정변실행 부대로 지상군 병력을 확보하고 공군을 매수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뉴욕에 있는 반중(反中) 성향 TV 신당인전시대(新唐人電視臺) 온라인판은 27일 보시라이가 18차 당 대회 후 적당한 시기를 봐서 나름대로 상당한 정도의 무력동원 준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신당인은 정통한 소식통과 정보를 인용해 보시라이가 집단군(군단) 여러 개를 끌어들인 데 이어 란저우(蘭州) 군구 소속 공군 등을 자기편으로 가세시키려는 공작을 펼쳤다고 폭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보시라이는 먼저 란저우 공군에 배속한 제3 장거리 폭격기부대에 손을 뻗치고 다음에는 안후이(安徽)성과 후난(湖南)성에 주둔한 폭격기 부대에 접근했다.
란저우의 폭격기 부대는 인도와 중앙아시아, 안후이성 부대의 경우 동중국해, 후난성 부대는 남중국해에 대한 작전을 각각 맡고 있다.
그러나 보시라이의 수상한 거동을 일찍부터 탐지한 중앙군사위는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미국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청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즉각 대응조치를 발령했다.
중앙군사위는 충칭 교외 다쭈(大足)현에 있는 청두(成都)군구 공군 제33사단에 전 소속기를 이동시키라고 지시했다. 이는 보시라이가 충칭군구 관할의 공군 제33사단을 동원하는 사태를 미연에 막으려는 조처였다.
아울러 중앙군사위는 후난성 레이양(犁陽)에 있는 무장경찰 제126 기동사단에 신속히 충칭으로 진입해 주요 시설을 경비하라고 명령했다. 경비대상에는 다쭈 공군기지를 포함해 사실상 활주로를 봉쇄했다고 한다.
보시라이의 쿠데타 음모에 관해선 최측근이던 황치판(黃奇帆) 충칭시 시장과 왕리쥔도 알고 있었다.
이들은 당국 조사에서 보시라이가 최소한 2개 집단군을 장악했다며 때가 되면 이들 지상병력을 베이징으로 진격시켜 권력을 탈취하겠다고 호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차 야심이 커지면서 보시라이는 지상병력이 동원할 때 공중지원을 받으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판단, 공군을 유인하는데 공을 들였다.
이를 보면 보시라이는 거사 때 제공권 문제는 물론 지상에 대한 폭격, 나아가선 내전 상황까지 이미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신당인은 지적했다.
보시라이가 매수를 시도한 란저우 공군 제3 장거리 폭격기부대는 ‘훙(轟)-6’형 폭격기를 주력 기종으로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시라이가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무력탈취에 나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공산 정권 수립 이후 군부 쿠데타 기도는 1971년 린뱌오(林彪)의 ‘반당 반혁명 음모’ 사건이 유일하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에 동조해 후계자가 되었던 린뱌오는 마오와의 불화로 정치적으로 몰리게 되자 쿠데타를 기도했다. 그는 음모가 발각되자 소련으로 탈출하려다 몽골 사막에서 의문의 항공기 추락으로 몰살했다.
한편 하버드대학원에 재학 중인 보시라이 아들 보과과는 지난 24일 자신이 페라리를 몰지 않는다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그가 몰던 포르셰 승용차에 교통위반 과태료를 3차례 부과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했다. 매사추세츠 교통국 자료를 보면 8만 달러(약 9000만원)를 호가하는 검정색 포르셰를 운전하던 그는 2010년 10월과 2011년 5월 신호위반으로, 2011년 2월 과속으로 경찰 단속에 걸렸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