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특집] 原電불안 ‘안전’으로 씻는다

입력 2012-04-27 19:06


원자력 에너지는 양날의 검인가.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세계 6대 원자력발전 강국으로 도약했다. 원전을 도입한 지 30여년 만이었다. 프랑스 진보 성향의 신문 리베라시옹도 지난 17일 17면 전면에 걸쳐 ‘한국 원전산업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한국이 원전 역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세계 3대 원전 국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 세계는 원자력 에너지 공포에 휩싸였다. 일부 국가는 사용을 금지하는 등 깊은 고민에 빠졌다. 우리나라도 원전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 원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우리나라의 에너지 설비 예비율은 독일에 비교했을 때 4.8%에 불과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인접국과 전력계통을 연결할 수 없다는 지정학적 위치는 원전의 필요성을 부추겼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전력을 공급받을 수 없어 전력 확보 차원에서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매우 부족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원구성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따라서 전체 전력공급의 약 31%를 담당하고 있는 원전 운전을 중지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화력발전의 이용률을 90%까지 높여야 한다. 그나마도 전력수요의 14%는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여기에 현재의 화력비율을 유지하면서 전력을 대체하는 경우 약 12.3조원의 추가 발전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넘어간다. 전기요금은 약 33% 인상되고 탄소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전기요금의 인상률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문제, 매년 증가되는 전력수급문제, 전력요금의 경제성 등으로 우리나라는 원전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안전이 관건=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위험’이라는 등식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원전 전문가들은 우리 원전이 일본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고 말한다. 이는 냉각 시스템의 차이 때문이다. 우리 원전은 가압경수로(PWR) 방식인 반면 일본 원전은 비등경수로(BWR) 방식이다.

지진, 해일 등의 영향으로 전력이 일시에 차단될 경우 비등경수로는 비상발전기 가동이 모두 중단되면 냉각시스템 자체가 망가져 수소발생에 의한 폭발로 이어지게 된다. 반면 가압경수로는 전력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자연적인 대류 현상으로 자연 순환이 활발히 이뤄져 사고 진행이 일본 원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가압경수로 방식은 전력이 일시에 끊기더라도 원자로 냉각시스템이 자연순환에 의한 지속적인 냉각으로 원자로 내부의 노심 잔열을 안전하게 냉각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가압경수로는 비등경수로보다 격납건물 부피가 5배나 커 내부 압력이 천천히 올라간다는 장점도 있다. 이와 함께 막대한 양의 증기를 수용할 수 있는 격납건물이 설치돼 있다. 이 건물은 1.2m의 철근콘크리트, 안쪽에는 6㎜의 강판이 설치돼 있어 밀봉상태를 유지한다. 실제로 우리와 똑같은 방식이었던 미국 TMI 원전의 경우, 사고 당시에는 수소 제거설비가 없어 수소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지만 대용량의 격납건물을 갖추고 있어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가시지 않는 불안, 개선에 힘써야=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정부는 긴급 안전점검을 수행했다. 그 결과 국내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46개의 개선대책을 도출했다. 또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한 국제기구 분석보고서 및 한수원 자체 분석을 통해 10개의 추가 개선사항을 발굴해 안전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개선대책은 지난해 모두 착수했고 2015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단계적으로 약 1.1조원의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국내 원전의 안전 수준은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고리원전 1호기 사고와 납품 비리로 원전 직원들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또 다시 신뢰도는 추락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한국의 원전 산업을 조명하는 기사에서 고리원전 1호기 사고를 언급하면서 “어떤 피해도 신고되지 않았지만 담당자들이 1개월을 기다린 후 당국에 사고 내용을 보고했다”면서 “한국이 주요 원전 수출국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국 내에 ‘안전문화’가 조성됐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