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 제재에도… 사치품 넘쳐나는 평양

입력 2012-04-27 19:02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평양 시내 거리와 백화점 등은 고급 수입자동차와 의류, 양주 등으로 넘쳐나고 있다고 AFP 통신이 27일 평양발로 보도했다.

유엔 제재의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는 새로울 것이 없으나 북한의 피폐한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당 고위관료와 공무원들의 사치스런 생활 욕구를 반영해 고급 수입품 반입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것.

평면TV는 물론 디지털 카메라 등 전자제품을 포함해 북한의 사치품 수입은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2억7200만 달러에서 4억4600만 달러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치품 반입은 물론 주로 중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중국과 북한 간 무역은 2011년 전반기 31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7%나 늘어났다.

우선 평양 거리에 목격되는 많은 차량들이 노후화되기는 했지만 벤츠, BMW, 렉서스, 랜드로버 등 신종모델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보통강 유경백화점 주류코너에 진열된 샴페인은 병당 93달러로 프랑스 가격보다 배나 비싸다. 그 옆으로 보르도와 버건디 산 와인과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 보드카, 진, 럼주가 즐비하다. 식품 코너엔 덴마크와 뉴질랜드산 버터, 프랑스 등 유럽산 치즈 및 호주산 쇠고기로 가득차 있다. 음료수는 코카콜라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종류의 외국산이 진열돼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개별국가 중에서는 일본이 유엔보다 더 엄격히 자국산 대북 수출을 금지했으나 일본산 식품과 요리재료, 도자기 그릇 등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이 백화점 고객은 당이나 군 엘리트 간부나 신흥 비즈니스맨들이다. 고위관료와 비즈니스 여성이 만나 가정을 이룬 이른바 ‘황금커플’들을 겨냥한 이탈리아 식당 2곳과 스위스 식당도 생겨났다.

고위관리 외에 일반인들이 찾는 통일시장도 쇠고기, 야채, 과일, 싱가포르산 맥주와 서구산 양주, 화장품, 일제 및 한국산 전자제품이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곳을 방문했던 한 프랑스 기자는 “사람들이 이런 제품을 사기 위해 판매대에서 서로 밀치며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