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박영준 금품수수 수사] 파이시티 李 전대표 “최시중에 20여차례 30억∼40억 건네”

입력 2012-04-27 18:48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한국갤럽 회장 시절부터 여러 차례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를 만나 금품을 건네받은 정황이 27일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대가성이 없었다”는 최 전 위원장의 주장과 달리 이 전 대표는 조속한 인허가 등을 바라고 돈을 건넸음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표는 2004년 말 브로커 이동율씨의 소개로 최 전 위원장을 처음 만났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가까운 최 전 위원장을 통해 서울시의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이씨와 함께 3∼4개월에 한 번씩 최 전 위원장과 저녁식사를 가졌고 파이시티 개발 계획과 민원사항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씨는 당시 최 전 위원장에게 줘야 한다며 20차례 이상 쇼핑백이나 상자에 현금을 5000만∼1억원씩 담아갔다. 2005년에는 이 전 대표가 한국갤럽 회장실로 찾아가 최 전 위원장에게 직접 1만원권 현금으로 5000만∼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하기도 했다. 골프여행 중이었던 이씨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인데, 사실이라면 최 전 위원장이 이씨의 귀국을 기다리기 힘들 정도로 급한 사정이 있어 먼저 돈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표는 2010년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최 전 위원장을 만나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보는 앞에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전화를 걸어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이 전 대표는 밝혔다.

이 전 대표에 따르면 이씨가 최 전 위원장에게 건넨다며 가져간 돈은 30억∼40억원이다. 이씨가 일부 배달사고를 냈다 해도 현재까지 알려진 5억∼6억원보다 훨씬 많다. 최 전 위원장이 거액을 받고도 모른 체 했는지, 아니면 관련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검찰이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