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박영준 금품수수 수사] 檢, 이번에도 ‘왕차관 꼬리’ 못잡나… 朴, 칩거하며 소환 대비하는듯
입력 2012-04-27 18:48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사건의 수사대상에 오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취재진을 피해 지방에 머물고 있다. 그는 외부접촉을 삼가며 검찰 소환에 대비해 대응논리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측근들에게 “내가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이사한다고 10억원씩이나 받았겠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계좌추적에 주력하고 있지만 그가 돈을 받았다는 명백한 증거는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이 증거확보가 어려워 애를 먹고 있는 분위기도 있다.
이정배 파이시티 전 대표는 2008년 1월 25일 브로커 이동율씨를 통해 박 전 차관에게 10억원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박 전 차관 쪽에서 아파트 구입자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브로커 이씨 계좌로 보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돈이 박 전 차관에게 전달됐다는 증거나 진술이 없다는 점이다.
검찰은 당초 박 전 차관이 2007년 5월 서울 신계동 단독주택을 12억여원에 매입했고, 현재는 재개발이 된 아파트 소유권을 갖고 있는 점으로 미뤄 이 전 대표 진술대로 주택 관련 자금을 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다시 “당시 10억원을 송금했고 돌려받은 것으로 우리 직원은 기억하던데, 검찰에서는 돌려준 게 아니라고 해 좀 혼동된다”고 말을 바꿨다. 박 전 차관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란 취지다. 브로커 이씨도 검찰조사에서 “10억원은 사업 대가로 받은 돈으로 자녀들의 전세자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대검 관계자는 결국 27일 “10억원을 따라가 보니까 이씨가 자녀의 전세자금 등으로 다 쓴 걸로 확인했다”며 “10억원 외에 다른 돈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10억원은 박 전 차관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내린 셈이다.
이 전 대표는 또 박 전 차관에게 2000만∼3000만원씩 3∼4차례 1억원이 안되는 돈을 전달했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브로커 이씨를 통해서라고 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박 전 차관이 돈을 받았다는 증거는 없는 셈이다. 박 전 차관이 받았더라도 어차피 현금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안 받았다고 부인하면 그만이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61억원을 줬다고 하니 박 전 차관 등에게 얼마나 갔는지 찾고 있다”고 했으나 지금은 “박 전 차관 건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은 운전사 사진 같은 게 있었으니까…”라고 말해 수사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