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박영준 금품수수 수사] ‘의혹 연루’ 법무장관 버티는데… 공정수사 되겠나
입력 2012-04-27 21:58
당시 민정수석 권재진 법무, 대형비리 때마다 구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부산저축은행 그룹 퇴출저지 로비 사건, SLS그룹 구명 로비 사건에 이어 파이시티 인허가 사건에도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또다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27일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파이시티 인허가 사건과 민간인 사찰 사건 등에서 권 장관이 여러 가지로 관련이 많다”면서 “청와대가 권 장관부터 물러나게 해야 사건이 해결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의혹의 핵심에 있는 권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권 장관은 2009년 9월부터 2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2010년 검찰이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을 수사할 때 민정수석실이 증거인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은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면서 “민정수석실과 얘기가 돼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가 시작되자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도 권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는 이 은행 고문을 지낸 사법시험 동기의 청탁을 받아 논란이 됐다. 현재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그룹을 살리기 위해 대구 지역 사업가를 통해 권 장관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권 장관에게 면죄부를 줬다.
검찰의 인사권을 쥔 현직 법무부 장관이 굵직굵직한 대형 비리사건마다 등장하면서 검찰 수사에 심각한 제약이 따르고 수사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권 장관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권 장관은 주변에 “전임지(민정수석실)에서 있었던 일은 말하기 부적절하다. 더구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내 말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권 장관의 처신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된다면 스스로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장관의 버티기는 청와대와 조율된 결과로 보인다. 청와대가 정권 말 권력누수로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비리가 터져 나오는 마당에 검찰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 출신의 법무부 장관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재중 정현수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