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 경고’ 이후… 친박, 당권 뜻 접고 쇄신파·非朴은 ‘신발끈’

입력 2012-04-27 22:03


당 대표 예비주자로 꼽히는 쇄신파의 남경필 의원(5선)이 27일 차기 당 대표가 해야 할 일들을 언급했다. 그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이번 당 대표는 대선 경선을 아주 중립적으로 이끌어야 하고, 정당 개혁도 이뤄야 한다”며 “정당개혁은 대선이 끝나고 당 대표가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나 당을 폐지에 가까운 수준으로 축소하고 원내중심정당으로 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당지도부 내정설과 관련, “지도부 경선에 내정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과거에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이 누구에게 있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현실화되면서 당청관계가 완전히 수직적으로 형성돼 문제점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당 대표로는 대선 승리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폈다.

남 의원은 이어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는 좋은 제도지만 역선택 가능성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문제”라며 “여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기로 합의만 된다면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를 살펴보면 지도부 내정설 등 당내 분란에 대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경고 이후 당권 구도에 대한 새누리당 내 분위기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일단 당 지도부가 친박 의원 일색으로 구성되는 방안은 폐기됐다. 오히려 친박 의원들이 대표나 지도부에 들어서겠다고 나서는 자체가 더 어려워진 분위기다.

전당대회(5월 15일) 후보 등록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 대표로 나서겠다고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인사가 아직 없다. 지금쯤이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노리는 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입에 오르내려야 할 시점이다.

이런 얘기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박 위원장의 경고 때문이다. 그의 언급 내용은 당내 분란에 대한 경고이지만, 지도부 경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대표 후보군 중에서 혼자의 힘으로 당선 안정권에 들어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박 위원장 경고 이후 아무래도 당권에 관심을 가졌던 친박 인사들은 뜻을 접는 분위기다. 자연스럽게 쇄신파 또는 수도권이나 비박(非朴)그룹에서 대표를 맡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남 의원이 언급한 ‘개혁형, 대선관리형 대표론’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또 자신이 이에 적합하며 사실상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전당대회가 가까워 올수록 수도권 대표론 또는 비박 대표론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힘을 받기 위해서는 친박 인사들을 포함한 영남권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당내 절대 주류인 영남권이 밀어주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구도이기 때문이다.

대구 출신의 이한구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친박이냐 아니냐는 의미가 없다. 괜찮은 분은 나오는 게 좋고 아닌 분은 안 나오는 게 좋은 거다. 박 위원장과 과거부터 잘 알던 사람은 지도부가 돼선 안 된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쇄신파나 비박 등 친박 지도부 배제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당내 한편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새누리당 당권 구도는 박 위원장의 경고로 일단 원점으로 되돌아간 형국이나, 예비주자들의 각자도생(各自圖生)식 레이스로 서서히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