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이 수사방해 했다”는 얘기는 뭔가

입력 2012-04-27 17:55

조현오 경찰청장이 2년 전 ‘룸살롱 황제’ 이경백을 수사하면서 검찰의 협조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애로를 겪었다는 요지의 서한문을 27일 공개했다. 그의 룸살롱에서 가출 여학생이 성매매를 강요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긴급체포했지만 검찰이 승인하지 않아 석방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압수수색영장 등이 모두 검찰에서 기각돼 전담팀을 꾸려 3개월간 조사한 끝에 구속영장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검찰이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면서 경찰관들이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자 아쉽고 미안한 마음에 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법원과 검찰에도 든든한 인맥이 있음을 과시한 이씨를 경찰이 먼저 구속하고도 비호 공무원을 한 사람도 찾아내지 못한 자괴감도 묻어있는 듯하다. 뇌물 경찰관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지만 경찰 수사를 검찰이 번번이 방해한 듯한 행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다.

무엇보다 ‘경찰이 아무리 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이 재지휘하면 소용없다’고 큰소리 친 이씨의 배후세력을 국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씨가 경찰 수사팀을 검찰에 고소한 점 등을 볼 때 배후 세력의 존재는 불문가지다. 검찰에도 이씨와 얽힌 인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경찰의 주장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검찰 조사에서 금품을 받은 경찰관 이름은 줄줄이 자백하면서 다른 공무원을 단 한명도 거명하지 않는 점도 의문이다. 서울 강남과 북창동 일대에서 오랜 기간 10여개의 유흥업소를 운영한 이씨가 유독 경찰관만 물고 늘어지는 이유가 자신의 진짜 배후세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의심이 든다는 말이다.

경찰 수사를 검찰이 의도적으로 방해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수사란 아무리 높은 목표를 세웠더라도 증거가 없다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에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퇴임을 앞둔 경찰 수장이 “(이경백은) 경찰 수사팀을 검찰에 고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집요하게 수사를 방해했다”고 털어놓은 데에는 그만한 곡절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씨의 배후 세력을 낱낱이 밝혀 수사를 어렵게 했다는 오해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