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음대 나온 퓨어킴 한국어 음반 내고 국내 첫 콘서트

입력 2012-04-27 16:32

[미션라이프] "한국나이 6살, 침대 맡에 앉아 엄마가 매일 써준 아침편지에 몇 개의 음을 붙여 불러대던 것이 제가 최초로 기억하는 자작곡의 순간이에요. 신실한 크리스천 가정에서 자라다보니 음악은 생활일 정도로 친숙했어요.”

그는 체계적인 음악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음만 들어도 계이름을 알아맞혔다. 또 동생을 위해 뮤지컬을 쓸 정도로 어릴 때부터 음악을 즐기며 살았다. 하지만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저 취미정도로만 여겼다. 그런 그가 세계의 음악천재들이 모인다는 미국 버클리음대를 조기졸업까지 했다. 그리고 최근엔 첫 번째 정식 한국어 앨범 ‘이응’을 발표했다. 그의 이름은 퓨어킴(puerkim·한국명 김별·26·양평전원교회)이다. 27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퓨어킴을 만나 평범치 않은 그의 성장과 신앙스토리를 들어봤다.

그는 어릴 적부터 또래보다 성숙해서인지 또래 아이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입학식 후 엄마에게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곤 줄곧 ‘합법적인 자퇴’를 꿈꾸다 의무교육이 끝나고 고교 1학년이 되던 해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때는 기도하면서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될 거라고 믿고 그냥 집중했어요. 기본에 충실했고 크게 집중해야 할 때는 ‘될 거’라는 믿음으로 의지적 결단을 했어요. 안된다고 생각지 않았어요.”

결국 장학금을 받으며 미국유학길에 올랐다. 그가 간 곳은 차를 타고 1시간을 가야 대형마트가 나오는 시골마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교회에 있는 오르간 연주자와 목사님이 가르쳐준 악기연주 뿐이었다. 엉겁결에 추천을 받아 지역성악대회에 나가 1등을 했다. 음악선생님으로부터 음대에 가라는 조언을 받았다.

추천서와 교회에서 녹음한 데모테이프를 들고 버클리음대에 지원했다. 당당히 합격해 보스턴으로 건너갔다. 주말·야간·온라인수업을 모두 들으며 남들보다 몇 배 열심히 공부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라 통·번역 아르바이트도 병행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1년을 앞당겨 조기졸업을 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쪽에도 관심이 많았다. 졸업 후 할리우드에서 웹에이전시로 일했다. 점점 인정 은 받았지만 풀리지 않는 공허감에 빠졌다. 그 즈음 느닷없이 엄마가 죽는 꿈을 꾸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잠에서 깨자마자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할지라도 음악 외에 다른 것은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 내용을 바탕으로 첫 번째 곡을 쓰기 시작했다.

‘It's hard to be a daughter of a woman loved by god’(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엄마의 딸은 힘들어)가 그것이다. 이 곡을 포함, 엄마와 사랑에 관한 3개의 곡을 연달아 만들어냈다. 곡들을 관통하는 두개의 테마를 따 지난해 첫번째 영어 EP(미니앨범)인 ‘MOM&SEX’를 발표했다. 유튜브에는 퓨어킴 채널을 만들어 곡마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그의 타이틀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좋아하는 국내외 블로거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저 스스로도 유의미한 관심을 얻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갖고 모든 이미지와 의상, 소품을 기획했어요. 이 모든 것들은 제 음악을 들어줄 사람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의 발로였지요.”

첫 번째 한국어 앨범 ‘이응’ 역시 작곡, 작사, 편곡, 노래를 모두 혼자서 해냈다. 싱어송 라이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얼터너티브 팝’과 재즈풍 발라드를 중심으로 총 10곡을 수록했다.

그는 요즘 엄마 이미란 목사가 사역하는 경기도 양평전원교회의 피아노 반주자로 섬긴다. 그런 한편 4일 서울 삼성동 ‘하우’에서 열릴 콘서트 준비에 한창이다. 한국활동의 개막을 알리는 첫 번째 콘서트다. 자신의 음악이 하나님께 영광돌리고 대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이길 소망한다는 퓨어킴.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