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새누리 신비주의식 의사 결정, 걱정된다”
입력 2012-04-26 19:22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잡음에 대해 경고를 보내자 비박(非朴·비박근혜) 진영에서 일제히 역공에 들어갔다. 박 위원장의 의도와 달리 내홍은 더 확산될 조짐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26일 당내에서 돌고 있는 친박계 중심의 ‘차기 지도부 리스트’와 관련해 “베일 속에 가려진 신비주의적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현실이 걱정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지사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종로국정포럼 특강 후 기자들을 만나 “과거 ‘이회창 대세론’ 때도 내정설이 있었지만 그때는 그래도 몇 명의 투명한 그룹이 있었다”면서 “최측근조차도 (박 위원장과) 소통이 안 된다는 점을 새누리당이 극복하지 않고서는 국민들께 희망을 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 위원장이 전날 현재 당 상황을 ‘정쟁’으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새누리당이 민주주의 정당을 지향하고 있는지, 적막한 사당을 지향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앞서 그는 강연에서 “대한민국의 문제는 소위 배가 부른 것이다. 국가의 공동목표가 무엇인지 합의가 안 되고 있다”며 “옛날에는 ‘잘 살아보세’ 한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목표가 무엇인가. 이것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의원도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는 것이지 박 위원장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국 민생투어 이틀째인 이날 대구 달서구 이곡동 성서장애인재활복지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근혜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선후보 경선 룰이 현재대로 가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안되죠”라고 말한 뒤 “(내달 15일) 전당대회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으면 그 후유증이 대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앞서 또 다른 잠룡(潛龍) 정몽준 전 대표는 25일 “당 대표뿐만 아니라 최고위원까지 벌써 지명이 됐다는 건 2008년 언론에서 박희태 대표에게 붙인 ‘관령대표 딱지’보다 더 후퇴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박 위원장의 ‘정쟁’ 발언도 겨냥, “원래 권력투쟁은 권력있는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권력도 없는데 무슨 권력 투쟁을 하느냐”고 대꾸했다.
쇄신파 출신 김기현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 나가 “지나치게 한 개인의 중심으로 당이 쏠리는 것은 당을 위해서도, 박 위원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위원장의 경고는 “매우 적절한 지적”이라고 했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