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言之下 ‘한마디 정치’ 어디까지… 박근혜 위원장 ‘절대적 입김’ 명암

입력 2012-04-26 22:07

이번에도 새누리당의 당내 문제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한마디 정치’로 정리됐다. 박 위원장은 국회선진화법 처리나 당내 권력 다툼의 일종인 당 지도부 내정설 파문을 단칼에 정리했다.

그는 25일 오후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 국회 선진화법안을 꼭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당시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던 이 법안의 통과가 무산되자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다.

새누리당의 반대에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지만, 원내 지도부는 군말 없이 야당과 수정 협상을 재개했다. 이 법안은 박 위원장의 단 한마디 ‘명령’에 따라 조만간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당내 분란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발(發)했다. 전날부터 친박 중진의원들의 당 지도부 내정설이 떠돌았다. 박 위원장은 작심한 듯 “뒤에서 계속 언론플레이하고 ‘뭐가 어떻게 짜여져 있느니’ 있지도 않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 당을 아주 흐리게 만들고 있다”며 “국민들이 정말 정치권이 또 저 짓을 하느냐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은 당을 해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싸늘한 경고와 거의 동시에 원내대표 출마 시 당선이 유력했던 4선의 서병수 의원이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막 시작하려던 친박 내부의 경쟁 모드는 급정지됐다. 박 위원장의 경고는 다목적용이다. 최근 당내에서는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 사태나 ‘최재오’ 파문 등으로 친(親)박과 비(非)박 간에, 그리고 친박 내부에서는 득과 실을 보는 쪽이 있다. 하지만 대상이 어느 쪽인지 애매모호한 화법을 사용, 모두에게 경고를 보냈다. 26일 원래 계획했던 인천·경기 지역 민생투어를 전격 취소한 것도 ‘한마디 정치’의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당내에서는 갑작스런 일정 취소 배경을 놓고 박 위원장의 심기가 여전히 불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걱정도 나온다. 유감없이 발휘되는 한마디의 위력에 정치적 권위와 위상이 제고되지만, 그럴수록 ‘박근혜 사당화’ ‘1인 정당’ ‘시스템 실종’이라는 비판도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가 자신들의 잘못이 불거졌을 때 당이나 국민에게보다는, 먼저 박 위원장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른 무엇보다 박 위원장에게만 ‘확실히’ 하면 된다는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선 후보 추대론’에 대해 “아부의 극치”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