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박영준 금품수수 수사] 검찰, 수사 의지 있나

입력 2012-04-26 22:16

최시중 정치자금법 위반 적용 안해

알선수재 혐의로만 사전영장 청구


검찰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음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검찰이 애초부터 대선자금 수사에는 의지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는 26일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과 관련, 브로커 이동율씨로부터 5억∼6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대검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이 ‘처음 언론에 여론조사라는 용어를 잘못 써서 오해가 빚어진 것이고, 개인적으로 돈을 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관계나 증거, 법리관계는 검토하는데 (최 전 위원장을) 더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알선수재 혐의는 이미 여러 번 얘기했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범위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이 “대선 때 여론조사에 썼다”는 당초 발언을 번복했고 알선수재 혐의 입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 전 위원장이 ‘대선 여론조사 자금’이라고 밝히면서 불거졌던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 여부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배 파이시티 전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최 전 위원장이 한국갤럽 회장이던 2004년 처음 만났고, 2005년에는 (돈이 든) 쇼핑백을 갖다 놓고 차 한 잔 하면서 한 5분 얘기하다가 그 자리가 어색해서 나오기도 했다”고 말해 최 전 위원장과의 만남이 오래전부터 계속됐음을 시사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검찰의 압수수색 하루 전인 24일 대구 선거사무실 자료를 모두 치워 압수수색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25일 박 전 차관의 서울 자택과 대구 선거사무실·자택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선거사무실은 텅 비어 있어 아무것도 확보하지 못했다. 대검 관계자는 “사무실이 언제 이사했는지 모르겠으나 압수수색할 때 별다른 게 없어 짐을 옮겨 놓은 장소를 확인해 필요한 자료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박 전 차관이 놀라운 선견지명이 있는 게 아니라면 수사팀의 수사정보가 샜거나 검찰의 지휘부에서 정보를 흘려줬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검찰은 어떤 경위로 이런 정보가 그에게 흘러갔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