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PK후보로 바람 일으키고 호남·충청票도 공략
입력 2012-04-26 19:05
민주통합당 박지원 최고위원의 26일 원내대표 경선출마 선언은 야권의 대선 전략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과 12월 대선에서의 협력 합의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등으로 구성된 야권원로모임(원탁회의)은 전날 당 대표(6월 9일 선출)는 이해찬 상임고문, 원내대표(5월 4일 선출)는 박 최고위원이 맡기로 조정했다. 박 최고위원이 마뜩잖아 했지만 원로모임의 요구가 집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도 박 최고위원을 적극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해찬-박지원 연대는 당내 양대 인맥인 친노(親盧)세력과 호남 및 구(舊)민주계의 협력을 뜻한다. 당사자인 이 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이어받아 당 전체가 대동단결해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최고위원은 출마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모든 역량을 정권교체에 집중하는 총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당 대표 경선 중립을 약속했다. 문 고문은 “이 고문과 박 최고위원의 협력은 단합이며 바람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해 온 다른 중진들이 ‘담합’ ‘밀실야합’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이 두 사람의 협력은 대선을 앞둔 민주당의 전력(戰力)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으로 평가된다. 두 사람은 당내 최고의 전략가, 지략가이기도 하다. 원내대표 및 당 대표 선거는 해보나 마나란 얘기가 나오는 건 당연지사다.
더 큰 관심사는 이-박 연대 뒤에 야권의 대선 전략이 숨어있다는 사실이다. 19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말 구 민주당과 시민단체 중심의 ‘혁신과 통합’, 한국노총의 3자 통합(민주통합당 창당)을 이끌었던 원로모임이 다시 나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이-박 협력이 정권교체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절대다수의 호남 표에다 상당수의 충청 및 영남 표를 보태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토대에서 당선됐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DJT(김대중-김종필-박태준)연합을 통해 호남-충청-영남 표를 끌어 모았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기 출신지인 부산·경남(PK)과 호남으론 부족해 막판에 충청권 수도 이전을 공약했다.
이-박 연대는 지역적으로 충청과 호남의 연합을 의미한다. 두 지역에 간판급 정치인이 없는 상황에서 이 고문과 박 최고위원을 일찌감치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 고문은 총리를 지내 무게감이 있는데다 세종시 선거에서 자유선진당 대표를 꺾음으로써 제1야당 대표가 될 경우 대선에서 충청권 표심을 얻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박 최고위원 역시 원내대표를 맡을 경우 ‘DJ 비서실장’이란 이미지를 살려 대선정국에서 호남표 결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원로모임을 비롯한 야권의 전략가들은 야권 대선후보로 PK 출신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의 유력주자인 문재인 고문과 외곽에 머물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출마선언을 준비 중인 김두관 경남지사는 모두 PK 출신이다. 이들 가운데 후보가 나올 경우 PK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동시에 이-박 쌍두마차를 앞세워 충청과 호남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런 구도가 고착될 경우 수도권 출신 대선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호남 출신인 정세균 상임고문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손 고문의 경우 친노와 호남을 제외한 제3세력을 업으려하겠지만 이 세력은 결집력이 약해 큰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