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숙인’ 밤의 대통령 머독… 청문회 출석해 겸손·자기 비하적인 이미지 연출
입력 2012-04-26 18:49
‘밤의 대통령’ 루퍼트 머독은 스스로를 영국의 실세로 지칭해 왔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에 관한 잡담을 나누고,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는 고슴도치 형제처럼 붙어다녔다는 얘기를 해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당선된 후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를 처음 방문한 인물도 그였다.
이는 과장이 아니었다. 수십년간 언론 재벌 머독은 두려운 것이 없었다. 실제 영국 정계에서도 그를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핵심인물로 보고 끊임없이 구애해 왔다. 그러나 25일(현지시간) 청문회에 나온 머독의 모습은 그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머독은 이날 영국 런던고등법원에서 열린 언론윤리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영국 신문 뉴스오브더월드의 전화해킹 파문과 관련해 이 신문이 속한 미디어 그룹 회장자격으로 출두했다. 이 자리에서 겸손하고 다소 자기 비하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아우라? 카리스마? 그런 것 없어요.” 그는 날선 공방이 오간 청문회를 마친 후 그렇게 말했다. ‘왕관 뒤의 권력’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그의 이미지 연출은 역시 노회하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머독이 최소 5차례 캐머런 총리와 비밀회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청문회에서 공개된 그의 수첩에는 캐머런과 만난 날이 기록돼 있었다. 2010년 5월, 7월, 2011년 3월, 6월 등에 1∼2차례 만났다.
캐머런은 이날 “우리는 매우 친밀하게 지냈다”며 관계를 시인했으나 머독과 ‘부적절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