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세 ‘백설공주’ 새버전 판타지로 재탄생… 쇼핑중독 왕비·무술 배우는 공주·2% 부족한 왕자

입력 2012-04-26 18:21


獨 그림 형제의 동화 탄생 200주년 인도출신 싱 감독의 영화 ‘백설공주’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백설공주입니다.”

백설공주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모 왕비는 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먹여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뜨린다. 하지만 백마 탄 왕자의 키스를 받고 다시 깨어난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 독일의 그림 형제가 1812년 내놓은 동화 ‘백설공주’의 줄거리다. 해피엔딩의 스토리는 이후 숱한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등의 소재로 활용됐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백설공주’가 유쾌하고 화려한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로 돌아왔다. 청순한 공주는 왕자의 키스만 기다리지 않는 당찬 캐릭터로, 사악한 왕비는 미모 가꾸기와 쇼핑 중독에 빠진 푼수기 다분한 이미지로 각색됐다. 또 백마 탄 왕자는 돈 많고 몸매는 좋지만 어딘지 2% 부족한 인물로, 일곱 난쟁이들은 광부에서 도적떼로 변했다.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새 왕비(줄리아 로버츠)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백설공주가 주인공이 아니라 왕비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버전의 동화입니다.” 처음에는 왕비의 의도대로 진행된다. 말을 타고 숲길을 가던 왕이 영문도 모른 채 실종되고, 여덟 살 공주는 10년 동안 방에 갇혀 얼굴 한 번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눈처럼 하얀 피부, 앵두 같이 빨간 입술, 칠흑 같이 검은 머릿결을 지닌 18세의 백설공주(릴리 콜린스)가 왕비의 음모를 눈치 채고 성 밖으로 나가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공주는 일곱 난쟁이들의 습격을 받은 앤드루 왕자(아이미 해머)를 우연히 만나 구해주면서 서로 첫눈에 반한다. 둘의 사랑이 일사천리로 나아간다면 너무 뻔한 얘기가 될 터.

왕자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왕비, 마법에 걸려 왕비의 충견이 되어버린 왕자,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무술을 배우는 공주. 인도 출신의 타셈 싱 감독은 ‘더 셀’(2000) ‘더 풀: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 ‘신들의 전쟁’(2011) 등 전작들이 ‘백설공주’를 위한 시험에 불과하다고 말할 만큼 드라마틱한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연출에 심혈을 기울였다.

할리우드의 ‘귀여운 여인’ 줄리아 로버츠의 악역 왕비 연기가 눈길을 끌고, 백설공주와 왕자가 우여곡절 끝에 재회하는 무도회 장면이 환상적이다. 왕비가 “거울아, 거울아”하고 주문을 외우면 거울 속 마녀가 사는 바다 위 비밀의 공간에 들어가게 되는 설정도 이색적이다. 스펙터클한 세트장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배경 등 총 제작비가 1억 달러(약 1200억원)에 달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왕이 극적으로 살아서 돌아와 공주와 해후하고, 왕자와 공주가 사랑의 키스를 나누며 결혼에 골인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 단계에 이른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왕비가 공주에게 먹였다는 사과는 어떻게 된 것인가. 마지막 장면에서 원작과는 다른, 뜻밖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5월 3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