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장애인이 주인인 기업
입력 2012-04-26 18:22
SK그룹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인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으로 전환한 행복나래㈜ 물류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행복나래는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만든 연 매출 1250억원 규모의 사회적 기업.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만난 강대성 대표는 행복나래와 거래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회적 기업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 중에서 장애인을 고용해 스포츠 모자를 만드는 D사와 쿠키를 생산하는 W사는 비장애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업체였다.
서울에 공장이 있는 D사는 장애인 3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직원의 장애인 비율은 70%가량 된다. 모자 한 개를 만드는 데 18개 공정을 거치는 공장에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 틈에 섞여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밥이 드러나거나 박음질이 균일하지 않으면 불합격 판정을 받는다. 이른바 짝퉁 모자로 분류된다.
품질관리를 맡고 있는 한 지적장애인은 불과 몇 초 만에 하자 있는 제품을 골라내는 눈썰미를 갖고 있다. “아무리 뜯어봐도 나는 하자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 그 정도의 미세한 하자를 그 장애인이 단번에 집어내는 걸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죠.” 강 대표는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장애인이 비장애인 못지않게, 아니 특정분야에서는 비장애인보다 월등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강 대표는 납품 문제를 협의하러 간 제과업체 W사에서 장애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목격했다. 국산 밀과 쌀만을 사용해 쿠키를 만드는 W사는 직원의 80%가량이 장애인이다. 11년 전에 문을 열었고, 2007년 10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이 회사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글이 걸려 있다.
“우리는 쿠키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한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들고 있습니다.” 짧지만 큰 울림을 주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 회사는 자나 깨나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동료로서 동고동락하겠다는 자세를 잊지 않기 위해 이런 글을 내걸었을 것이다. 아주 평범한 글 속에 장애인을 향한 진한 사랑이 느껴진다.
D사나 W사처럼 생산한 제품의 질은 좋지만 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운 중소업체들과 동반성장하는 것을 행복나래는 꿈꾸고 있다. 이 꿈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의 책무 아닐까.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