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영후] 새로운 출발, 좋은 예감

입력 2012-04-26 21:46


‘비 개인 긴 언덕에는 풀빛이 짙어 오는데(雨歇長堤草色多) 남포에서 임 보내니 슬픈 노래 울리네(送君南浦動悲歌) 대동강물이 언제 마를 것인가?(大同江水何時盡) 해마다 이별의 눈물을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別淚年年添綠波)’

고려조 정지상의 송인(送人)이라는 시다. 이별은 아쉬움이자 아픔이다. 그 중에는 군에 입대하는 젊은이의 이별도 있다. 입영에는 눈물이 따른다. 부모는 고이 기른 자식을 낯선 환경에 보낸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입영 당사자는 정든 사람의 곁을 떠나 2년여를 지내야 한다는 두려움 등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우리 젊은이들은 군 입영이 마냥 두렵고 피하고만 싶을까? 그렇지 않다.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이후 입영을 피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을 것 같았지만, 이듬해 1월 해병대 지원이 예년에 비해 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성세대가 보기에 한없이 어리고 나약하기만 한 그들의 의연한 모습은 전 세계적 한류 신드롬을 만들어낸 우리 젊은이들의 기상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병역의무 이행은 곧 손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또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들에 대한 예우 시스템도 부족하다.

병무청은 병역을 이행한 사람이 자긍심을 갖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구체적으로 3대 가족 모두 현역으로 복무한 ‘병역 명문가’에 대한 사회적 우대, 사회 지도층과 연예인들의 자발적인 병역이행을 위한 공정병역협약, 전국 어린이 나라사랑 그림 글짓기대회 개최 등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현역병입영문화제’를 추진하고 있다. 입영 현장에서 문화예술 공연과 함께 가족·친구와 기념사진 촬영, 격려와 다짐의 편지쓰기, 병무홍보대사와 대화시간 갖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병역이행에 대한 자부심 형성과 부담감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올해도 지난 16일 해군 교육사령부를 시작으로 40회의 입영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에는 문화제를 더욱 확대·발전시켜 입영을 즐거운 가족문화의 하나로 정착시킬 방침이다.

입영자와 가족은 입영을 위한 가족여행을 1박2일로 떠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낭만과 추억을 만들고 가족애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어 입영이 즐거운 가족문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손잡고 시티투어, 지역 축제 연계 등 다각적인 문화행사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숙박시설 및 음식점, 그리고 문화 유적지 입장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장병들을 보아 왔다. 그리고 군복무를 통해 진정한 남자로 거듭나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봐왔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입영부대로 향하는 젊은이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영후 병무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