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노 대통령 일가 소유 대농장 “농부 6300명에 나눠줘라”
입력 2012-04-25 20:43
필리핀에서 수십 년 묵은 땅 분쟁이 해결됐다. 필리핀 대법원은 24일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가족이 소유한 대규모 설탕 농장을 농부 6300여명에 나눠주라고 판결했다고 뉴욕타임스가(NYT)가 이날 보도했다. 이로써 농장주가 소작농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필리핀의 플랜테이션 농업 관행을 뿌리 뽑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다.
필리핀 2대 지주인 아키노 대통령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루이시타 대농장은 불평등한 분배와 실행되지 않은 토지 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아키노 일가가 경제적 이익을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그 밑에서 주민들은 수십 년째 노동 착취를 당해왔기 때문이다.
이날 법원 판결이 나오자 루이시타 농부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환호했다. 루이시타 대농장 대변인 안토니오 리곤은 총 5000㏊(약 1512만평)의 땅을 6300여명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아키노는 즉각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현직 대통령의 땅을 빼앗아 농부들에게 나눠준 이번 판결은 다분히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이번 판결을 내린 레나토 코로나 대법원장에 대해 부패 혐의로 퇴진을 요구해왔다.
필리핀 상원은 지난 1월 코로나에 대한 탄핵 심사에 착수했으나 정치적 사안이라 탄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는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 당시 임명된 측근으로 2010년 아키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한편 필리핀 정부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한때 소유했던 휴양지를 공매 처분했다고 현지 신문들이 25일 보도했다.
마르코스 일가의 부정축재 자산 환수를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 ‘바른정부위원회’는 이번 공매에서 산악 휴양도시 바기오에 있는 마르코스의 휴양지 1179평이 현지 부동산업체에 약 216만 달러(약 24억6000만원)에 매각됐다고 전했다. 위원회 측은 최종 매각가격이 최저 입찰가의 3배를 웃도는 가격에 확정됐다며 입찰이 투명하고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