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몰린 머독의 대반격 시작… B스카이B 인수 관련, 총리·장관과의 커넥션 폭로
입력 2012-04-25 21:54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전세 뒤엎기용 반격이 시작됐다.
해킹 스캔들로 영국 법정에 서게 된 미디어 재벌 머독 부자(父子)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제레미 헌트 미디어장관 등 현 정권 실세와의 커넥션을 폭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아들 제임스 머독 뉴스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 부회장은 23일 브라이언 레버슨 판사가 이끄는 런던 법정에 출두했다. 제임스는 161쪽에 달하는 수십 건 이메일 증거자료도 제출했는데, 현 정권과의 유착을 드러내는 내용들이 포함된 것.
이메일에 따르면 뉴스코프의 영국 내 로비스트 프레데릭 미셸은 위성방송 B스카이B 매각 관련 승인 권한을 쥐고 있는 헌트 장관의 보좌진 아담 스미스와 지속적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스미스는 이메일에서 헌트 장관이 뉴스코프의 B스카이B 인수를 열렬히 지지하며, 머독에 유리하게끔 정보를 귀띔하는 식으로 인수과정을 조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묘사했다. 어떤 메일에선 “내일 의회에서 헌트 장관이 인수건 관련 무슨 얘기를 할지에 관한 정보를 ‘절대 불법임에도’ 얻어내도록 애쓰겠다”고 적었다. 뉴스코프는 B스카이B 인수전에 나섰다가 지난해 머독이 영국에서 소유한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오브더월드’의 해킹 스캔들이 터지자 인수를 포기했었다.
제임스는 또 자신이 2010년 12월 23일 계열사인 전 뉴스인터내셔널 CEO 레베카 브룩스의 자택에서 캐머런 총리와 크리스마스 식사를 하면서 B스카이B 인수건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사실도 폭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지금까지 캐머런 총리는 B스카이B 매각 건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일각에서 돌던 크리스마스 접촉설도 부인해왔다.
따라서 현 정권을 겨냥한 제임스의 폭로전은 해킹 스캔들에 초점을 맞춘 수사의 칼날을 현 정권의 권력남용 문제로 향하게 할 것으로 NYT는 전망했다. 특히 25일 아버지 머독 뉴스코프 회장의 법정 출두를 앞두고 정가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헌트 장관은 정공법으로 맞섰다. 레버슨 판사에게 자진출두 의사를 밝힌 그는 “증거를 제시하면 국민들은 내가 모든 과정을 양심적으로 공정하게 처리했다는 걸 알게 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