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박영준 금품수수 수사] 권재진 법무장관, 경찰 수사에 영향력 행사?
입력 2012-04-25 18:56
권재진 법무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010년 8월부터 경찰청 특수수사과로부터 1조400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횡령·배임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그해 10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만나 억울함을 호소했고, 최 전 위원장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잘 처리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다음달인 11월 거액을 대출받는 대가로 은행 간부들에게 200여억원의 금품을 건네고 34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2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 전 대표는 11월 청와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동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우리은행이 자신을 파산절차에서 배제하고 사업권을 박탈하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요청, 경찰청이 기획수사에 나섰다는 게 골자다.
이 전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권 장관은 이 전 대표를 수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경찰에 수사케 한 뒤 최 전 위원장으로부터 선처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으나 무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실이라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 전 대표의 억측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
권 장관은 관련 의혹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않고 있다. 25일 법무부 대변인을 통해 “전임지에서 있었던 일은 언급하기 부적절하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언급할 수 없다”고 밝힌 게 전부다.
권 장관이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최 전 위원장으로부터 청탁전화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명백히 소명할 필요가 있다. 최 전 위원장의 범죄혐의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관련 공무원에 대한 청탁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권 장관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