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박영준 금품수수 수사] 檢 칼날 ‘왕차관’에게로… 박영준 계좌추적·압수수색

입력 2012-04-25 21:44


검찰의 칼날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향하고 있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박 전 차관에게 10억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검찰이 계좌추적과 병행해 금품수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사법처리를 위한 물증 확보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서울시에 재직할 때 이 전 대표의 청탁을 받고 서울시 고위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파이시티 인허가 문제를 타진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대표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은 브로커 이동율씨가 박 전 차관에게는 돈을 줬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25일 증거보강 차원에서 박 전 차관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분석된다.

브로커 이씨는 10억원을 이 전 대표로부터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박 전 차관에게 전달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 데 쓰라는 취지로 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돈이 이씨의 말대로 자녀 전세자금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배달 사고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돈이 실제로 박 전 차관에게 전달됐을 수도 있고, 별도의 로비자금이 박 전 차관에게 건너갔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는 달리 박 전 차관은 진술만 있을 뿐 증거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런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는 것은 범죄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금로 수사기획관은 “박 전 차관은 아직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확인된 바 없지만 금품을 건네받은 정황이 있어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은 당초 인허가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이 전 대표를) 7∼8년 전 서울시 정무국장 시절 만났지만 (인허가에) 관여할 입장이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이 박 전 차관으로부터 파이시티 인허가 문제를 알아봐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박 전 차관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파이시티에 대해 자문 및 시설용도변경을 허가해준 시기는 박 전 차관이 서울시 정무국장으로 재직하던 2005∼2006년이다. 최 전 위원장이 “이 전 대표가 2004년인가 2005년에 찾아와 서울시 인허가 문제에 도움을 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도 박 전 차관의 개입 정황을 뒷받침한다. 박 전 차관은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서울시의 각종 인허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