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박영준 금품수수 수사] 최시중, 靑·檢과 입맞췄나… “돈, 개인적으로 사용” 돌연 번복
입력 2012-04-25 19:03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 금품수수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필요한 곳에 썼다”고 말을 바꿨다. “대선 때 여론조사 자금으로 썼다”는 말이 청와대와 여권을 들쑤셔놓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는 걸 막기 위해 청와대와 최 전 위원장이 조율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 전 위원장은 25일 검찰에 출석해 “이동율 전 파이시티 대표가 가끔씩 후원금을 주는 것을 받아서 개인적으로 필요한 곳에 썼다”며 “돈 받은 시기가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지만 이명박 후보의 여론조사 비용으로 쓴 건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파이시티 청탁 건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에게 전달도 안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에게 파장이 미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받은 돈을 대선자금으로 쓰지도 않았고, 청탁은 이 대통령도 모른다는 취지다. 물론 본인이 받은 돈은 단순히 후배가 도와주기 위해 준 후원금이라며 대가성도 부인했다.
청와대와 검찰에서 감지된 기류와 비슷한 맥락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대선자금 사용설이 제기되자 “길게 끌 수사가 아니다”라며 수사를 최 전 위원장선에서 끝내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청와대는 최 전 위원장의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며 차단막을 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릴 뿐”이라면서도 “최 전 위원장과 관련된 의혹은 대통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만에 하나 대선자금이라고 쳐도 공식 자금인지, 개인적으로 한 일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 전 위원장이 ‘대선자금’ 발언을 하자 검찰은 ‘인허가 비리가 핵심’이라고 선을 그었고, 청와대도 이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진화한 뒤 최 전 위원장의 태도가 바뀌었다. 따라서 최 전 위원장과 검찰, 청와대 사이에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게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 전 위원장으로선 자신이 ‘정치적 스승’을 자처했던 이 대통령을 보호하면서 자신이 받은 돈도 단순한 후원금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검찰은 대선자금이란 판도라 상자를 건드리기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고, 청와대 역시 최 전 위원장이 혼자 짊어지고 가길 바라는 등 3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게 최 전 위원장의 발언이라는 것이다. 사전조율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청와대와 검찰의 의중을 정확하게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