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박영준 금품수수 수사] 결국 ‘靑·檢’ 의도대로… 대선자금 불길 확산 차단

입력 2012-04-25 19:11


최시중 말 바꾸기 배경·검찰 수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썼다”며 대선자금 사용설을 부인하면서 수사는 당초 검찰이 예상했던 궤도를 벗어나지 않게 됐다. 최 전 위원장이 대선자금으로 썼다는 주장을 계속하면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도 들여다봐야 하지만 그가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검찰 당초 밝힌 대로 최 전 위원장의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에 집중하고 그를 사법처리함으로써 일단락 지을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최 전 위원장은 받은 돈의 대가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는 25일 검찰에서 “가끔씩 후원금으로 받아 개인적으로 필요한 곳에 썼고 로비자금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친분관계에 있는 고향 후배가 단순한 선의로 줬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진실이라면 법적용이 애매해진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청탁을 받고 민원 해결을 위해 뛴 정황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이 권재진 법무부 장관(당시 민정수석)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에게 파이시티 민원 건으로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도 통화기록 조회 등을 통해 확인중이다. 검찰은 이미 최 전 위원장이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007년 5월 이후 받은 돈의 규모도 파악했다. 따라서 알선수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하는 것은 자신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돈의 사용처를 밝히는 일이다. 대검 관계자는 “돈을 언제 어디서 받았는지,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 다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 가운데 수표는 없고 대부분 현금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꼬리표가 없는 현금은 본인이 진술을 하지 않으면 사용처 추적에 어려움이 따른다.

검찰은 그러나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을 계좌에 넣었다가 인출해 사용한 것으로 보고 관련 계좌추적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금으로 받았지만 계좌에 흔적을 남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좌추적 과정에서 돌출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돈의 일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계좌나 캠프 관계자에게 흘러들어갔다면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 검찰은 당초 “받은 돈을 대선 여론조사 자금으로 썼다”는 최 전 위원장 진술의 진위도 확인하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돈의 흐름을 살펴보고 대선자금으로 흘러갔다면 당연히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자금 수사는 누군가 양심선언을 해야 풀린다는 점에서 검찰이 최 전 위원장을 상대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