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없을거라더니 MB ‘최시중 게이트’로 결정타… 임기 10개월 앞두고 ‘권력누수’ 수렁
입력 2012-04-25 18:56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이 없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해왔다. 지난해 한나라당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주변에서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말들이 나왔지만 “서울시장 시절에도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했다”는 게 대통령의 답변이었다. 그런 이 대통령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비리 의혹으로 레임덕에 결정타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 이 대통령은 본인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임기 10개월을 앞두고 레임덕의 수렁에 빠진 것일까. 정치권 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집권 세력의 특성상 예견됐었다는 관측이 많다. 우선 이 대통령은 이른바 ‘정치인 보스’ 출신이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상도동, 동교동과 같은 계파가 형성돼 있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옆을 지켰던 386 측근들도 없다. 단점에도 불구하고 동지적 관계로 맺어진 이런 계파는 주군이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쉽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은 25일 “반면 현 정권은 대통령과 주변 세력이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가 아니다”면서 “이런 ‘동업자 관계’는 권력에 힘이 빠지거나 더 이상 득 볼 게 없으면 각자도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총선을 거쳐 새누리당 내 친이명박계가 지리멸렬한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여기에 집권 후반기 이 대통령을 대신해 전면에 나서줄 ‘진정한’ 측근이 없다는 점도 레임덕 가속화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불렸던 최 전 위원장이 수뢰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2007년 대선 경선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의 개인 스타일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여론조사기관 GH코리아의 지용근 대표는 “이 대통령이 주변 관리에 철저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통제력이 잘 발휘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한번 신뢰한 이들만 계속 중용하는 인사 스타일과 본인이 깨끗하면 측근들도 당연히 따라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등이 레임덕을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다고 자신해 왔지만 측근들은 달랐다는 게 잇따른 비리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 대통령이 레임덕을 늦추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묘책은 있을까. 역대 대통령은 정치 외에서 찾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남북관계였다. 퇴임까지 5개월도 남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국정 장악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 대통령에게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때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돌았지만,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레 숨지면서 이마저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래저래 이 대통령에게는 험난한 레임덕 일정만 남은 셈이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