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 새 지도부 親朴 일색이면 미래 없다

입력 2012-04-25 21:48

새 지도부 구성을 20여일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 내에 ‘지도부 명단’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대표는 황우여 의원, 원내대표는 서병수 의원, 정책위의장은 이주영 의원, 4명의 선출직 최고위원들은 누구누구로 내정됐다는 게 골자다. 대부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소장파 의원들은 친박 쪽에 확인해보니 신빙성 있는 명단으로 판단된다면서 전당대회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해 당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지도부 명단’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친박계는 자성해야 한다. 박 위원장 주도로 치러진 4·11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새누리당 주류로 자리 잡은 뒤 혹시 자신들의 언행이 오만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친박계가 지금 주력해야 할 부분은 당내 화합이다. 소위 비박(非朴) 인사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12·19 대선이 예정돼 있어 이번에 친박계가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유혹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오산이다. 내분을 초래해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친이명박계의 전철(前轍)도 되새겨야 한다. 불과 5년 전인 2007년 옛 한나라당에서 친이계가 마치 자기 세상이 온 것처럼 주요 당직을 독식했으나 결과는 어떠했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이듬해 실시된 18대 총선에서 낙마한 데 이어 19대 총선을 거치면서는 그 위상이 초라해졌다. 지속적으로 민심이 이반된 것이다.

최근 박 위원장 측근으로 불리는 한 의원이 “박 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우려스럽다. 그는 누가 보좌를 잘못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박 위원장 측근들 간에 충성 경쟁과 권력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몸을 더 낮춰야 한다. 그리고 새 지도부가 친박 일색으로 꾸려지면 연말 대선에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는 소장파 의원들의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