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 국회 면하려면 민생법안 처리하라

입력 2012-04-25 21:47

여론의 따가운 질타도, 간절한 호소도 소용이 없었다. 18대 국회의 여야 의원들에게 민생은 딴 나라 얘기였다. 여야는 24일 국회선진화법, 일명 몸싸움 방지법을 둘러싼 의견 대립으로 인해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 이에 따라 59건의 주요 민생법안이 자동폐기될 뻔했으나 25일 수정안에 합의했다. 그나마 민생법안이 처리될 마지막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18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피하려면 남은 임기 중 반드시 민생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사실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은 본질이 정쟁이다.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국회의 구태를 청산하기 위한 것인 만큼 중요하기는 해도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여야의원들은 이 법안 내용을 놓고 서로 밀고 당기느라 당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들을 나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게 강력범죄를 막기 위한 112 위치추적법안,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 외상 환자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중증외상센터 설립 근거를 규정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등이다.

국회선진화법이 걸림돌이라면 그것만 따로 떼어놓고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여야는 민생과는 동떨어진 국회선진화법을 여기에 묶어 패키지로 처리하려 했다. 한마디로 민생을 정쟁의 볼모로 삼은 셈이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구해내고 중증외상센터 설립에 매달려온 이국종 아주대 교수는 “최루탄을 던지고 전기톱을 동원하던 그런 치열함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일갈했다.

이제 그나마 여야가 국회선진화법 수정안에 합의한 만큼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민생법안들이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19대 국회에서 발의부터 모든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이런 낭비를 막으려면 여야는 다음달 29일까지 아직 한달 정도 남은 임기 중에 본회의를 열어 중요 민생법안들을 처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게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