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봄비가 꽃비로 내리는 날

입력 2012-04-24 19:23


숲으로 들어가는 길가에 화사하게 핀 벚꽃이 빗방울에 하나 둘 몸을 맡깁니다. 봄비가 꽃비가 되어 가는 길에서 먼저 떨어진 꽃잎을 헤아리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화려한 벚꽃이 나뭇가지에서 피어나는 것도 아름답지만 비를 따라 새로 피어날 나뭇가지의 새싹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귀하게 보입니다.

모든 것이 피어날 때나 떨어질 때도 아름다운 이유는 기대할 것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화사한 꽃비가 빗길을 만들어 가는 것처럼 하늘에서 내리는 생명의 기운이 모든 영혼에도 길이 되어 갈 것입니다.

내민 손끝으로 벚꽃잎 하나가 빗방울이 되어 맺힙니다. 시린 손끝에 오히려 따뜻함으로 피어납니다. 봄비가 내리는 새벽 숲은 아무도 없지만 하늘아래 손을 내민 영혼을 따뜻하게 잡아 줍니다. 그래서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는 영혼에는 반드시 하늘은 꽃비가 되어 함께한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 같습니다. 봄비가 온 숲에 가득한 것처럼 세상 모든 영혼에 하나님의 꽃비 같은 은혜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배성식 목사(용인 수지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