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운전사가 최시중 돈 받는 장면 ‘찰칵’… 협박용으로 사진 사용

입력 2012-04-24 22:36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수뢰사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는 브로커이자 건설회사 대표인 이동율씨의 운전기사 최모(44·구속)씨가 찍은 사진 2장이었다.

최씨는 최 전 위원장이 이씨로부터 돈을 받는 장면을 찍었으며, 이를 이용해 이씨와 최 전 위원장을 협박해 돈을 뜯었다. 최 전 위원장이 순순히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도 이 사진 때문이었다. 권력형 비리가 현장 사진 앞에 노출됐고 ‘대통령의 멘토’인 최 전 위원장도 이 사진 앞에 무너진 것이다.

대검 중수부는 “브로커 이씨의 운전기사 최씨가 돈 전달 장면을 협박용으로 2차례 찍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하지만 최씨가 찍은 사진을 확보했는지, 사진이 찍힌 날짜는 언제인지 등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검찰에 따르면 2009년까지 이씨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최씨가 지난해 12월 내용증명까지 한 등기우편을 최 전 위원장에게 보냈다. 안에는 최 전 위원장이 이씨로부터 보자기에 싸인 거액을 받는 장면이 찍힌 사진 1장과 편지가 들어있었다. 편지에서 최씨는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외부에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최 전 위원장은 22일 한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가 찬 일”이라며 최씨로부터 협박편지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최씨가 이상한 편지를 보내 이씨를 불러 ‘이런 일이 다 있냐’고 말했다”며 받은 편지를 이씨에게 줬고 그 후의 상황은 모른다고 밝혔다. 최 전 위원장은 사진을 없애는 대가로 2차례 이씨 등을 통해 최씨에게 2억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또 “인허가 청탁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브로커 이씨를 협박해 수천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최씨는 최 전 위원장과 이씨로부터 뜯어낸 돈으로 대전에서 신발가게를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번 사건을 밝히는 데 중요한 인물이다. 운전기사는 측근 중 측근으로 믿을 만한 사람을 시키는 게 상식이다. 즉 최씨는 이씨가 만난 사람은 물론이고 그의 불법로비도 상당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으로 돈을 뜯어낼 정도면 검찰에서 비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운전기사 최씨는 이정배(파이시티 전 대표)-이동율-최시중의 거래뿐 아니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의 거래 내용도 일부 알고 있을 수 있다.

최씨는 지난 19일 이씨와 함께 체포돼 최 전 위원장 등을 협박해 돈을 받은 혐의(공갈)로 21일 구속됐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