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수원 살인’… 스토커 피해자 신고 묵살, 모녀 살해 당해

입력 2012-04-24 20:33

일본에서도 스토커 피해자의 신고를 소홀히 취급해 여성 2명이 살해된 책임을 물어 34명의 경찰관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이른바 ‘일본판 수원 여성 살인 사건’이다.

2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6일 나가사키(長崎)현에서 야마시타 마코토(58)의 부인(56)과 어머니(77)가 딸(23)의 옛 애인 쓰쓰이 고타(筒井鄕太·27)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야마시타는 쓰쓰이가 딸을 스토킹한다며 지바(千葉)와 미에(三重), 나가사키(長崎) 등 3개 현 경찰에 신고를 거듭했지만 경찰은 다른 사건에 대한 대응을 이유로 접수를 미뤘다.

특히 야마시타의 딸이 거주하던 지바현 나라시노(習志野) 경찰서는 신고 접수를 거부하고 직원 12명이 홋카이도(北海道)로 지난해 12월 8∼10일 여행을 떠났던 사실도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수사를 해 용의자를 격리했다면 피할 수도 있었을 사건을 경찰이 묵살하는 바람에 2명이 희생된 것이다.

지바현의 가마다 경찰 본부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에게 또다시 심적인 고통을 끼치게 돼 죄송하다”며 사죄하고, 본인을 포함해 처분은 “엄숙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의 중심이었던 형사과 계장이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자체 조사에 나서 신고에 소홀히 대응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바현 경찰 형사부장과 생활안전부장 등을 경질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