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긴축정책 갈등에 내각 총사퇴… 佛 이어, 또 한방 맞은 ‘유로존 해법’
입력 2012-04-24 22:23
유로존(유로사용 17개국) 채무위기에 만병통치약처럼 통용됐던 긴축정책에 잇달아 정치적 일격이 가해졌다. 프랑스 선거에서 긴축을 추진했던 현 대통령이 수모를 당한 지 하루 만에 네덜란드에서도 긴축 정책 갈등으로 내각이 사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유로존 긴축정책의 설계사 독일이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프랑스 이어 모범생 네덜란드마저=마르크 뤼테 총리를 비롯한 네덜란드 내각이 23일(현지시간) 국가원수인 베아트릭스 여왕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뤼테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과 기독교민주당 중도보수 연립정부는 2개월 가까이 연간 150억 유로(22조5000억원)의 예산감축안을 놓고 정책파트너인 극우파 자유당과 협상을 벌였다.
자유당 헤르트 빌더스 당수는 예산적자를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내핍정책을 펴자는 정부의 제안에 반대했다. 협상은 21일 최종 결렬됐다.
이번 사태는 EU가 각국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3%로 맞추라고 새 룰을 제시하면서 불거졌다. 네덜란드의 내년 재정적자는 GDP의 4.7%로 예상된다.
22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선 긴축정책 지지자였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에 1위를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금융시장 요동…성장정책으로 돌아갈까=국제금융시장은 ‘이중 선거 악재’로 요동쳤다.
23일 런던주식시장에서 유럽증시의 종합지수인 유로퍼스트 300지수는 2.3% 폭락했다. 올해 상승분이 하루 만에 날아간 셈이다. 이어 개장된 뉴욕증시에선 다우존스공업지수가 1.1%, 스탠더드&푸어스500지수가 1.2% 하락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유로존 경제에서 긴축정책을 밀어내고 성장론이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엘리제궁 입성이 확실시되는 올랑드 후보는 “독일이 주도한 유로존 재정정책과 관련해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유럽의 길을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이끌겠다”면서 이웃국가와의 연대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리스, 독일 선거에서도 반(反)긴축전선에 힘을 보태는 선거 결과가 예상되는 등 유럽 전역에 ‘긴축 심판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음달 6일 치러지는 그리스 총선에선 유권자들이 구제금융 대가로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하는 집권당에 등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내달 6일, 13일로 예정된 독일 지방선거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재집권 가능성 여부를 묻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세븐인베스트먼트의 경제분석가 우르치하르트 스투어트는 “독일이 긴축정책을 추진해가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긴축 정책의 공식이 먹혀들고 있지 않다. 모두가 그게 유일 해법인가 하고 묻기 시작했다”며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비판론이 고조되지만 독일 정부는 물러설 것 같지 않다. 독일의 마틴 코트하우스 외무장관 대변인은 “경제개혁에 어려움이 있지만 (긴축정책의) 그 길이 맞아 보인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센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도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은 제 코스를 지키라”고 주문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