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시 친환경 2題 ‘전기버스·밤껍질연료’

입력 2012-04-24 18:25


베이징시는 2008년 올림픽을 주최하면서 도시의 면모와 정책 기조가 크게 변했다. 그 표상으로 도심에서는 전기버스, 시골에서는 마을 특유의 자연의 선물을 기초로 한 저탄소 자급경제를 꼽을 수 있다.

◇전기버스=베이징 시내에는 전기로 움직이는 노선버스 100대가 운행중이다.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50대를 운행하기 시작한 이후 2배로 늘었다. 대도시 교통수단으로서의 전기버스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친환경차로 하이브리드차량이 대세인 선진국과는 달리 중국의 중앙 및 지방정부는 전기차에 애착을 갖고 있다.

16일 베이징시 공공버스 충전소를 찾았다. 베이징의 전기버스는 우리나라 전기차와는 달리 배터리 교환방식이다. 버스가 차고지에 설치된 배터리 충전·교환장에 들어서면 근로자들이 버스 양옆으로 다가간다. 버스 양 옆구리에 5개씩 실린 200㎏짜리 배터리 10개를 모두 교환하는데 10분이 걸린다. 고정식 충전장치에서 5∼7시간씩 충전하는 우리나라 전기차와 다른 방식이다.

전기버스는 배터리를 교체하면 140㎞를 주행한다. 최대속도는 시속 80㎞. 베이징시 창안제를 중심으로 35㎞ 노선을 왕복한다. 문제는 배터리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베이징시 쑨윈강(孫運剛) 부총공정사는 “배터리 10개 가격이 60만 위안(약 1억원)으로 같은 거리를 갈 수 있는 경유 가격의 2.5∼3배”라며 “현재 전기버스는 베이징시 전체 버스의 0.5%에 불과하지만 올해 400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역에 전기차는 2만대 가량으로 전체 자동차 1억대의 0.2%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전기택시를 포함해 2025년까지 전기차를 5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언젠가 기술혁신이 일어나면 급속히 전기차를 주종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장기적 노림수가 읽혔다.

◇밤나무 마을=베이징시 외곽마을 류두허춘(六渡河村)은 밤나무골이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밤나무를 빼고 지역경제와 에너지를 설명할 수 없다. 17일 방문한 류두허춘은 언뜻 봐서는 특별한 게 없는 전형적 시골마을이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에너지자립과 환경보호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베이징시로부터 민속관광마을로 지정받았다.

마을 한 가운데 계곡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밤나무 밭이 나타난다. 늙은 밤나무 가지를 꺾어 땅에 꽃은 뒤 버섯을 재배하는 밭이 곳곳에 있다. 버섯은 밤나무 생장에도 도움을 준다. 밤 열매로는 군밤을 포장해 팔고, 밤술을 빚기도 한다. 왕푸쿤(王富坤) 촌장은 “연간 80만t을 수확하는 밤으로 벌어들이는 마을 수입이 지난해 150만 위안(약 2억7000만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마을 언덕에는 밤 껍질을 옥수수대와 함께 태워 마을에서 쓸 연료를 생산하는 공장이 지난해부터 가동되고 있다. 보일러 안에 공기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혐기성 소화를 통해 주로 가연성 바이오가스를 만든다. 이 가스는 파이프를 통해 마을 200가구의 취사용 연료와 일부 광열 에너지로 공급된다. 왕 촌장은 “바이오가스 값이 1㎥당 0.15위안으로 매우 싸다”면서 “밤 껍질을 수거해 오면 그만큼 가스값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양광으로 켜는 80개의 가로등이 깨끗하게 단장된 마을길을 밝혀준다. 마을 입구에는 태양광을 이용한 목욕탕이 눈길을 끈다. 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목욕탕을 찾으면 3위안인 목욕비가 공짜라고 한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