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눈뜨는 중국을 가보니… 굴뚝산업 강제퇴출·저탄소 산업으로 용틀임

입력 2012-04-24 18:26


중국의 도약은 환경 분야에서도 멈출 줄 모른다. 중앙과 지방정부는 베이징올림픽 때 휘둘렀던 강력한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경보호 수준을 급속히 높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탄소 관련 기술과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세계 최강자 지위를 누리고 있는 태양광 소재·부품 시장에서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심해지자 재생에너지 분야의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해 21세기 한중교류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중국 베이징(北京)시와 장쑤(江蘇)성 일대를 취재했다.

중국 난징(南京)시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주변 아파트는 대부분 태양광발전 패널을 갖추고 있다. 일부는 태양열 집열판도 갖췄다. 중국에서 2번째로 잘사는 성(省)인 장쑤(江蘇)성은 중국 내 중화학공업의 중심지에서 저탄소·재생에너지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태양광발전 소재·부품산업이 과잉공급의 쓰나미에 휩쓸리면서 많은 나라의 관련 업체가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중국의 기업들은 태양광발전 산업에서 여전히 최고의 가격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태양광발전 산업의 중심=지난 19일 장쑤성 창저우(常州)시 남쪽 우진(武進)구 저탄소시범단지에 들어서자 한창 공사 중인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시설관리 책임자는 “모든 건물이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고 원격 조정되는 지능적 에너지절약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빗물과 오수를 정원수, 화장실 물로 재사용하고 생활폐기물도 모두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태양열 집열판, 지열 활용시스템, 단열기술 등을 통해 기존 건물에 비해 에너지 소비를 70%나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만8000㎡에 이르는 단지는 아파트 등 주상복합건물, 주택, 사무실 빌딩, 호텔, 음식점 등을 갖췄다. 이곳에는 저탄소 제조업체가 대거 입주할 예정이다. 다음달 완공 예정이었지만 현재 건물외부만 완성됐고, 내부공사 중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저탄소, 또는 제로탄소 건물이 있지만 개별 건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단지를 이룬 곳은 없다.

양쯔(揚子)강 하구 북쪽 비옥한 땅에 자리 잡은 장쑤성의 면적은 전 국토의 1.2%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전체의 5.6%, 국내총생산(GDP)은 무려 10.4%를 차지한다. 장쑤성 발전개혁위원회 왕한춘(王漢春) 부주임은 “장쑤성이 지금도 중국 내 2위인 경제규모에 비해 1인당 탄소배출량은 3위”라며 “앞으로도 화학·시멘트 업종을 도태시키고 서비스업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모델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해 7월 난징시 정부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중화학기업 173곳에 가동을 중단하거나, 제한된 시일 안에 공장 환경을 개선토록 지시했다. 난강(南鋼)철강, 네덜란드 DSM사, 그리고 금호타이어 등 난징에 분점을 둔 굵직한 기업이 여러 곳 포함됐다. 양웨이저(楊衛澤) 난징시 당서기는 “GDP가 1억 위안이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오염 환경을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왕 부주임은 지금까지 대미수출에 주력한 태양광전지와 풍력산업의 내수기반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발전차액보조제도(FIT)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유럽의 경험을 반영해 일반 주민의 태양광발전 사용을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굴뚝산업 강제퇴출, 지방정부의 강력한 규제=지난 16일 베이징시를 찾았을 때 날씨는 예상보다 맑았다. 아직 황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라서 그런지 모른다. 베이징의 대기는 올림픽 전후로 반짝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졌다는 평가부터,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시 당국이 올림픽 당시 부과했던 환경규제의 고삐를 별로 늦추지 않은 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시 에너지절약환경보호센터에 만난 쉬허젠(徐和建) 매체판공처장은 “산업 구조조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대기오염과 온난화의 주범인 철강·화학 산업을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서비스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베이징 시내에 있던 수도강철총공사는 올림픽을 앞두고 생산량을 연 800만t에서 400만t으로 감축해야 했고, 올림픽 이후 생산시설을 모두 허베이(河北)성으로 이전했다.

그 결과 베이징 GDP에서 서비스산업의 비중은 2005년 66.6%에서 2011년 75.7%로 9.1%포인트 증가했다. 석탄소비도 큰 폭으로 줄었다. 에너지절약자문기구를 설립하고 산업, 건축, 교통 등의 분야에서 에너지효율 기준을 도입해 이를 준수하도록 강력하게 끌고 나가고 있다. 한 업체가 에너지효율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폐쇄해야 한다.

교통부문도 강력한 규제 대상이다. 올림픽 때 승용차 2부제를 실시한 데 이어 지금은 주중 5일간 5부제를 실시한다. 어기면 100위안(약 1만8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번호판 발급한도를 정해 승용차 등록 대수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비슷한 제도다. 개인의 재산권과 영업 및 거래의 자유를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다.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어서 외국기업 베이징 주재원조차 차량을 마음대로 사거나 반입할 수 없다.

중국은 기후변화 시대를 맞이해 다른 선진국이 엄두도 못 낼 속도로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관련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과거 정부의 강력한 집행력과 규제권한의 전통이 큰 몫을 하는 게 사실이다. 태양광산업은 중앙정부의 강력한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을 업고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를 크게 절감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모듈의 절반은 중국제품이다. 당분간 중국이 태양광산업을 지배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런 발전모델이 중장기적으로도 잘작동할지는 미지수다.

베이징=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