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안중근’ 장인서·인우 형제, 하루 책 2권씩… “책 많이 읽으면 상식이 풍부해져요”

입력 2012-04-24 18:02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안중근 의사의 명언)

장인서(13·서울 정목초 6) 인우(10·서울 정목초 3) 형제는 매일 책을 2권씩 꼬박꼬박 읽는 ‘꼬마 안중근’들이다. 이제껏 읽은 책이 인서는 2800여권, 인우는 2500여권이나 된다. 이들 형제만 같으면 나라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독려하는 일 따위는 필요 없을 듯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독서의 해’로 정하고, 하루 20분씩 1년 12권 읽기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핑크빛 솜사탕을 머리에 인 듯 벚꽃이 활짝 폈던 지난 19일 오후, 꼬마 안중근 형제를 만났다. 엄청난 책을 읽어치운 형제의 집(서울 목4동) 거실은 의외의 모습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서재식 거실도 아닌 데다 대형 TV까지 떡 버티고 있었다.

엄마 김민정씨는 “아이들 아빠가 TV를 즐겨 거실에서 치울 수가 없었다”면서도 TV가 아이들 책 읽는 데 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형제가 책 읽는 것이 몸에 배서 저녁 식사 후 8시쯤 되면 자연스럽게 책을 들고 앉는다고 했다.

김씨는 평소 책 읽기를 즐겨해 늘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매일 하루 2, 3권씩 책을 읽어줬다. 엄마의 영향으로 책과 친했던 인서는 2학년 때 독서량이 급격히 늘었다. 지금 학교로 전학 오기 전 다니던 학교에서 전교생이 한국독서인증㈜에서 실시하는 책 읽기 프로그램에 가입하면서부터였다.

김씨는 “인서는 독서 프로그램 회원이 되면서 경쟁심이 발동해 가속이 붙었고, 그런 형을 보면서 인우도 책을 많이 읽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독서인증 홈페이지에는 회원 각자가 몇 권 읽었는지 매일 표시되고, ‘리딩웰 명예의 전당’이란 코너가 있어 499권까지는 코리아리더스클럽, 500∼999권은 아시아리더스클럽, 1000권 이상은 월드리더스클럽에 오르게 돼 있다. 인서는 “저는 월드리더스클럽 2위이고 동생은 4위인데, 1위인 누나는 중학생이어서 제가 초등학생 중에는 1위나 마찬가지”라고 으스댔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인서는 저절로 속독능력이 생겨 또래들이 1시간 남짓 걸려 읽는 100쪽짜리 책도 30분이 채 안 걸린다. 꼼꼼히 읽기 때문에 형보다는 속도가 떨어진다는 인우도 또래보다는 빨리 읽는 편. 그렇다고 절대 설렁설렁 읽는 것은 아니다. 이들 형제는 책을 읽고 난 뒤 한국독서인증 홈페이지에서 퀴즈를 풀어 독서인증을 받고 있다. 김씨는 “인서는 20문제, 인우는 10문제를 푸는데, 90점 아래로 내려가는 적이 별로 없다”고 칭찬했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 ‘돌아온 진돗개 백구’가 가장 재미있었다는 인서는 “책을 많이 읽으면 상식이 풍부해져 선생님이 책에 나오지 않는 것을 질문할 때 혼자서 대답하곤 한다”고 자랑했다. ‘플란더스의 개’가 감동적이었다는 인우는 “잠잘 때 책 등장인물이 나와 재미있다”면서 상상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형제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김씨가 꼽은 다독의 최대 효과는 학교 성적의 수직 상승이다. 영어 학원만 보내고 있는데도 형제 모두 학교 성적은 상위권이란다.

아이들 책값이 아깝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형제가 하루 2권씩 읽으면 책값 지출도 만만치 않을 터. 김씨는 “책은 주로 도서실에서 빌려다 보고, 아이들이 몇 번씩 다시 빌려 읽는 책만 사 준다”면서 올 한 해 읽을 북 리스트를 내보인다. 아이들 수준에 맞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루 모아 놓은 것으로, 책 제목 아래에 도서관 분류표기가 메모돼 있었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서관은 서울 사직동 어린이도서관, 집 근처 양천도서관, 그리고 학교도서관이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공부해라’와 ‘책 읽어라’다. 또 자녀들이 가장 잘 따르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두 가지다. 한국독서인증 임성미 대표이사는 “자녀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최고의 특효약은 ‘읽어주기’이니 책을 싫어한다면 초등학교 상급생이라도 아이 수준에 맞는, 재미있는 책을 골라 읽어주라”고 권했다. 이 대표는 “읽어줄 때 과거 경험이나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읽기를 멈추고 이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면 ‘아, 주인공이 이렇게 행동하다니 마음이 찡하네’ 등 느낌을 표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일러 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