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만 들여놓아도 봄 향기가 물씬… 전업주부서 전문가로 변신 이경희씨가 조언하는 봄 인테리어
입력 2012-04-24 18:02
“우선 거실 소파에 컬러풀한 쿠션 한두 개 놓으시고, 주방에는 식탁 위 러너와 의자 커버를 화사한 색상이나 레이스로 바꿔 보세요.”
거실로 들어오는 햇살을 아직도 두툼한 겨울 커튼이 가로막고 있다면 게으른 주부라는 질책을 면하기 어렵다. 인테리어 전문 업체 마르멜로 디자인 컴퍼니 이경희(37) 대표는 “아주 소소한 것부터 시도해보라”고 조언했다.
봄이 한창 무르익은 지난 20일 만난 그는 “봄은 역시 ‘그린’이니 야자수 등 큼직한 식물 화분을 들이거나 연두색 주황색 노란색 등 밝은 색상 의자를 한두 개 사 놓으면 분위기가 밝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봄 느낌이 물씬한 그림이나 사진이 담긴 액자, 투명한 화병이나 도자기 등 오브제를 거실 벽이나 콘솔, 탁자 위에 적절히 배치하는 것도 집안 분위기 반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싱그런 초록 나무 등 원하는 그림을 알맞은 크기로 프린트한 스티커 벽지나 시트지를 벽면에 발라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홈 드레싱에 대한 문의가 많습니다. 홈 드레싱은 가구 소품 벽지 패브릭 등을 바꿔서 집안 분위기를 새롭게 꾸며 주는 것인데 사실은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듭니다.”
이 대표는 “비용 걱정은 주부들이 할 몫인데 늘 제가 이렇다”면서 웃음을 터뜨린다. 그는 “컨설팅 할 때도 비용이 모자란다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값싼 자재를 추천해준다”고 했다. 또 예비부부의 집 꾸미기 컨설팅도 많이 하는데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지 말고 살면서 할 수 있는 여백을 두라고 권한다는 것.
“아마 아직도 주부의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단골들이 많습니다.”
이 대표는 전업주부 출신 최고경영자(CEO). 요즘 블로그를 하면서 전문가 또는 사업가로의 변신을 꿈꾸는 주부들의 선배인 셈이다. 그는 솜씨 있는 주부에서 전문가로 변신하는 과정에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5년 사이 월드에 올린 집 인테리어 사진을 본 여성지 기자가 그를 솜씨 있는 주부로 소개하면서 일은 시작됐다. 2006년 봄에 적은 비용으로 직접 집 고치기 등 잡지의 DIY 코너를 맡아 진행하는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데뷔했다. 그해 말 그의 코너를 눈여겨 본 이가 실내인테리어를 맡겨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이름을 올렸다. 그의 솜씨를 믿고 계속 일들을 맡겨 왔지만 그는 컴퓨터 디자인학원에서 설계도면 그리기도 배우고, 2007년에는 아예 공간디자인학과에 입학해 만학도가 되는 극성을 부렸다.
“아마추어에서 벗어나려면 전문 지식을 익혀야 합니다. 그리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죠. 하지만 알뜰하고, 꼼꼼하고, 따스한 주부 마인드는 계속 지니는 것이 좋습니다.”
그는 인테리어 시공을 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살기 편한지, 무엇이 나중에 문제가 될지 아는 주부이기 때문에 지나칠 만큼 꼼꼼히 챙긴다고 했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이들이 “집주인보다 더 한다”고 투덜댈 정도. 그 대신 아버지뻘 오빠뻘인 현장 감독이나 인부들을 깍듯하게 대한다고. 안 된다고 하면 그 이유를 들어보고, 접점을 찾는다. 그렇게 해서 손발을 맞춘 시공팀은 업계에서도 부러워 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마르멜로는 정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주위에서 인테리어 관련 파워 블로거들이 일을 하면서 주먹구구로 진행해 손해를 보는 경우를 가끔 본다면서 “일을 할 때는 아마추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한 뒤 일을 진행해야 하며, 끝까지 책임지고 완성해야 한다는 것.
1997년 외환위기로 집안이 어려워져 대학을 중퇴하는 바람에 결혼을 일찍 했다는 그는 “다른 친구들은 공부하고 일하는데 혼자만 처진 것 같아 집 꾸미기에 열중했고, 그 결과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됐다”면서 주부들에게 꿈이 있다면 바로 행동하라고 강조했다.
“요즘 아예 집을 처음부터 지어서 인테리어를 해달라는 요청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협업체제를 갖춰서 신축 시공도 곧 할 예정입니다.”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이 대표는 주부들의 마음에 꼭 맞는 가구 브랜드 론칭 계획도 갖고 있다.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구를 맞추거나 구입하다 보면 쓸만한 가구는 너무 비싸고, 예산에 맞는 가구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