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딜레마’ 친노, 버릴수도 없고 안버릴수도 없고…

입력 2012-04-24 22:03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뼛속까지 ‘노무현 사람’이다. 1981년 부산지역 용공조작사건인 부림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무료변론을 함께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나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정치적 동지로 발전했다. 친노(親盧) 유력 정치인인 한명숙 전 대표나 이해찬 전 총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연의 뿌리가 깊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됐음에도 그에게는 여전히 ‘노무현 비서실장’이란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문제는 그것이 대선 가도에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친노 이미지가 당내 세력구축이나 국민지지도 확보에 도움이 되면서도 동시에 확장성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얘기다. 그가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사퇴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들이 ‘탈(脫)노무현’을 통한 본격적인 대선행보라고 분석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문 고문은 이런 언론 보도에 대해 24일 “탈노무현이 아니라 재단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서울시장 출마 때 사퇴했던 전임 이사장(한명숙)의 선례에 따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날 열린 재단 이사회에서 “5월 노 전 대통령 3주기까지는 자리를 지켜달라”는 이사들의 요청을 마다하지 못하고 이사장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 고문으로서는 ‘노무현 이미지’를 어느 정도 유지할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강한 친노 이미지가 ‘정치인 문재인’의 독자적인 색깔을 보여주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그림자’란 인상을 어느 정도 지우지 않고서는 국민지지도를 더 높이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문 고문의 최근 여론조사 단순 국민지지도는 10%를 약간 넘는 정도다. 야권 내 경쟁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절반,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3분의 1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뒤따라가는 주자로서는 이미지 변신을 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친노가 과거 지향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문 고문에게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안 원장의 경우 기존 정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참신한 주자로 인식되는 반면 문 고문에게는 정치를 처음 시작하면서도 구시대적 이미지가 덧칠돼 있는 게 사실이다.

당내 지지세력을 확장하는 데도 친노가 플러스 요인만은 아니다. 1월 전당대회와 4월 총선을 통해 친노가 당 주류로 자리잡긴 했지만 이에 대항하는 비노(非盧)세력 또한 만만찮다. 특히 범친노그룹에 속하는 김두관 경남지사가 경선에 출마할 경우 친노세력이 분열될 것이기 때문에 제3세력을 끌어안는 게 중요하다. ‘노무현 이미지’에 함몰될 경우 제3세력으로 분류되는 486세력과 시민사회세력, 전문가그룹의 폭넓은 지지를 받기 어렵다.

문 고문의 탈노무현 전략은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식견을 보여주는 데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최근 소극적이긴 하지만 중도세력 강화론을 피력한 바 있다.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를 통해 좌클릭한 민주당의 정체성에 배치되는 부분이다. 문 고문은 이념적으로 ‘치우침 없는 정치’를 표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머지않아 내놓게 될 대선 출사표에 이런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