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때 무슨일이… ‘경선=본선’ 치열, MB 경선 21억·본선 327억 신고
입력 2012-04-24 19:08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파이시티 거액자금 수수 시인으로 또다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과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이 당시 이명박 캠프의 핵심이었던데다, 스스로 ‘검은 돈’을 받아다 경선 비용으로 썼다고 시인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선관위에 경선 비용으로 21억1000만원, 대선 본선 비용으로 327억4900만원을 신고했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간 돈은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캠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본선보다 오히려 경선에서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캠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24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대선 비용은 극소수의 ‘높으신 분들’만 아는 일이었다”면서 “거물들이야 누군지 잘 알려진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최 전 위원장과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등을 지칭한 것이다. 이들은 사재출연 방식으로 돈을 내며 캠프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 전 회장은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 8일 자신이 보유한 세중나모 주식을 처분해 하룻밤에만 171억여원을 현금화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경선은 ‘경선이 곧 본선’이라 불릴 정도로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가 사생결단의 대결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각종 조직관리와 여론조사, 홍보 등에 돈이 꽤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명박 캠프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어디서 저리 많은 돈을 구했느냐”는 의혹의 시선을 받았다.
최 전 위원장은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내가 2006년부터 많은 일을 했다”고 했다. 이 말을 유추해보면 그가 경선 1년 전 한국갤럽 회장 신분으로 이명박 캠프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 1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때도 의혹을 받았다. 그가 2008년 가을 수도권 의원 수명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 거절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졌고, 주변에서는 최 전 위원장이 돌린 돈이 대선 잔금이 아니겠느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을 필두로 이명박 캠프 사람들은 엄정한 회계처리 개념도 없었고 받아야 할 돈과 받지 말아야 할 돈을 잘 구분하지도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면서 “결국 그때의 일이 검찰 수사로 낱낱이 공개되게 됐다”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