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박영준 금품수수 수사] 사찰·CNK·SLS, 대형사건 때마다 빠져나갔는데 ‘왕차관’ 박영준 이번엔
입력 2012-04-24 19:00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이번엔 검찰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을까. 대형 의혹사건 때마다 구설수에 올랐지만 아직 건재(?)하고 있는 그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 수사에서도 예외 없이 이름을 등재했다. 그것도 대검 중수부의 칼날 위에 서 있다.
검찰은 파이시티 이정배(55) 전 대표로부터 D건설 대표인 브로커 이동율(60·구속)씨를 통해 박 전 차관에게 인허가 청탁 대가로 10억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박 전 차관의 계좌를 추적하는 한편 브로커 이씨를 불러 사실여부를 캐는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박 전 차관에 대한 구체적 범죄 혐의가 확인된 것은 없다”면서도 브로커 이씨의 진술 태도에 대해서는 “약간의 진척이 있다”고 전했다.
검찰이 박 전 차관에게 주목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시절 파이시티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서울시 정무국장으로서 핵심실세였다는 점 때문이다. 브로커 이씨가 2005년 12월 이 전 대표를 당시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이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소개할 때 박 전 차관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위원장은 브로커 이씨에 대해 “20년 지기 후배로, 집안 부모끼리도 잘 알고 지냈다”고 말했다. 4인 회동이 있을 때는 파이시티 사업이 서울시 도시계획자문위원회 자문을 거치는 시점이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그만둔 직후인 2006년 8월에는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에서 업무시설을 20%로 제한하는 용도변경을 했고 건축허가는 2009년 11월에 이뤄졌다. 이런 정황 때문에 박 전 차관이 인허가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박 전 차관은 금품수수나 인허가 청탁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박 전 차관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이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구속)의 대포폰 통화기록을 조회한 결과 박 전 차관과의 통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포폰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구속)이 사용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박 전 차관이 이 전 비서관에게 사찰을 지시했거나 보고를 받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명백하게 물증이 잡힌 것은 없다.
박 전 차관은 CNK 허위 보도자료 발표 과정에도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지만 오덕균 CNK 대표가 카메룬에서 귀국을 거부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중단됐다. 박 전 차관은 이국철 SLS회장으로부터 향응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샀지만 검찰에서 혐의를 벗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