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박영준 금품수수 수사] 선 그은 검찰 ‘靑 눈치보기’… “파이시티 인허가만”
입력 2012-04-24 18:48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수수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는 아니다”라고 미리 선을 그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이 “지난 대선 때 여론조사 자금으로 썼다”고 직접 말했음에도 최 전 위원장만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서둘러 끝내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금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24일 “이 사건의 핵심은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로비가 있었느냐에 있다”며 “인허가 과정에만 집중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획관은 전날에도 “이번 수사는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라 인허가 로비수사”라고 못박았다.
검찰의 이런 움직임은 한상대 검찰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장은 23일 오전 회의에서 “길게 끌 수사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 전 위원장 선에서 신속하게 수사를 끝내야 한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한 총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총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과 병역회피 등 여러 의혹이 제기돼 민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도 무산됐으나 이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청문회에선 한 총장의 장인이 이상득 의원과 육사 동기이고, 한 총장의 형이 이 대통령의 미국체류 시절 도움을 준 게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총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한 총장과 함께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자 정권 말기에 검찰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번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 전 위원장이 지난 대선에서 캠프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건 거의 정설이어서 무작정 덮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위원장이 2008년 가을 친이계 의원 3명에게 수천만원씩 건넸다가 거절당한 일을 두고 “대선잔금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은 대선 선거비용으로 327억4900만원을 신고했지만 실제는 500억원 가량 들었을 것이란 소문이 정치권에서 파다했다.
민주통합당은 곧바로 ‘검찰의 꼬리 자르기 시도’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박용진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검찰이 최시중 게이트를 단순 인허가 청탁비리 사건으로 축소시키고 꼬리 자르기 수사로 일관하려 한다”며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몸통이고 이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사건인 만큼 검찰의 어떤 꼼수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