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태정] 열정을 찾아서
입력 2012-04-24 18:07
에스키모인의 늑대 사냥법은 냉혹하고 잔인하다. 칼날에 피를 묻혀 꽁꽁 얼게 한 후, 늑대가 가는 길목 땅바닥에 날을 위로 향한 채 묻는다. 굶주린 늑대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피를 핥아댄다. 혹독하고 매서운 알래스카의 기후는 혓바닥마저 얼어붙게 한다. 늑대는 감각을 잃은 채 점점 더 세게 예리한 칼날을 핥고, 자신의 혀가 베어져 나오는 피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결국 늑대는 탈진 상태에 이르러 죽음에 이른다.
부산한 4월을 보내면서 드는 생각이다. 지금 내가 핥고 있는 것은 칼날인가, 영양분인가. 봄의 나른함 속에서 내가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가는 방향이 맞는 것인지 점검할 기회를 가질 때다. 기울어진 각도가 1도만 돼도 한참 걷다보면 간극이 엄청 벌어진다. 사소하게 생각할 수 있는 1도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자신을 돌아볼 때 필요한 건 출발선이 다르고 개인의 역량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밖에 못 했어’ ‘여기까지밖에 못 왔구나’라는 말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낙담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뛰고 있잖아’라며 스스로에게 격려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는 마음을 ‘열정’이라고 한다. 열정은 내 몸에 불을 지피고 뛰어들 때 불타오른다. 지금 하는 일이 부진하거나 마음이 헛헛하여 주춤거리고 있다면 집중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또 다른 열정을 찾는 데에는 취미를 갖는 방법이 가장 좋다. 요즘 불을 피우기 위한 나의 부싯돌은 스포츠댄스이다. 룰루랄라∼ 수업을 받으러 가는 길에는 발걸음의 꽃이 핀다.
지인의 추천으로 저번 주에 시작한 스포츠댄스의 열기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자신의 몸에 집중케 하는 힘이 대단하다. 순식간에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주위를 돌아보니 세대를 넘나드는 것은 물론 직업도 다양하다.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슬럼프(slump) 회생 프로젝트’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곳에 모인 이들에게는 댄스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세계가 펼치는 것이다.
새로운 출발과 도전은 세공되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과도 같다. 처음엔 볼품없는 돌멩이 같아 도무지 나중의 결과를 알 수 없기에 불안감을 동반하지만, 끊임없이 가공하고 집중하고 열을 다해 다룰수록 빛이 나는 다이아몬드가 된다. 이때 최고의 품질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과 집중력이 바로 열정 아니겠나 싶다.
사군자 중에서 내가 각별히 좋아하는 대나무의 매력은 마디다. 마디는 힘이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지탱할 수 있도록 땅을 붙잡아준다. 대나무는 그 마디들이 형성될 때에는 성장을 잠시 멈춘다고 한다. 우리도 마음의 마디를 만들 때는 쉿∼ 침묵의 시간을 갖자. 춤을 추는 것이 열정이듯 침묵도 치열한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내가 정한 길이 험난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먼 길일지라도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4월이었으면 좋겠다.
안태정 문화역서울284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