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格에 맞지 않는 삼성家의 장외 설전
입력 2012-04-24 18:03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재산 상속을 둘러싸고 ‘유산 분할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 창업자의 자녀들이 장외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쪽에서 비판적인 발언을 하면 다른 쪽에서 되받아치는 식이다. 발언 수위도 인신공격에 가깝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7일 “고소한 사람들이 수준 이하의 자연인이니까 그렇게 섭섭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한 푼도 내줄 생각이 없다”고 친형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누나 이숙희씨를 비판했다. 그러자 이 전 회장은 23일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몹시 당황했다”면서 “(이 회장이)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 왔고 한 푼도 안 주겠다는 탐욕이 소송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이씨는 “이 회장의 ‘수준 이하의 자연인’ 발언은 형과 누나를 상대로 한 말로는 막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정도 공방으로 말싸움이 끝날 줄 알았지만 이 회장이 24일 다시 포문을 열었다. 이 회장은 “그 양반(이맹희)은 30년 전에 나를 군대에 고소를 하고, 아버지를 형무소 넣겠다고 청와대 그 시절에 박정희 대통령한테 고발을 했던 양반이고, 우리 집에서 퇴출당한 양반”이라고 공격했다. 이 회장은 “이맹희씨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고도 했다. 이씨에 대해서도 공세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삼성가(家)의 장외 공방전은 당연히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중에는 변호사들이 소송을 부추기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유산 분할 소송은 장외에서 왈가왈부할 거리가 아니다. 먼저 화해를 하거나 조정 절차를 밟는 것이 하나의 방편일 수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재판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순리다. 그것이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오른 삼성의 이미지에 부합할 것이다. 소송 당사자들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을 깊이 새겼으면 한다. 삼성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그룹이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