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리 선긋고 권력에 굽실거리는 검찰
입력 2012-04-24 18:08
검찰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수수사건을 수사하면서 이례적으로 대선자금 수사는 아니라고 밝혔다. 최 전 위원장이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복합유통시설 인허가 과정에 개입해 고향 후배인 브로커로부터 거액을 받아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나 정세분석에 사용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직후다. 피의자가 대선에 돈을 썼다고 공언했는데도 검찰이 이를 부인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수사는 하이마트 선종구 회장의 비리를 수사하다 불거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최 전 위원장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최씨가 소환되기도 전에 금품수수사실을 시인하며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돕기 위해 돈을 사용했다고 밝혀 검찰도 난감한 입장에 처한 것 같다.
검찰이 미리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라고 못 박는 이유는 이 문제로 권력 핵심이 불편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최씨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다보면 지난 대선을 전후해 금품이 오고간 정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현 정권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검찰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검찰의 이중적 모습의 전형이다.
사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제대로 겨누지 못하고 미적미적 댄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민간인 사찰과 CNK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된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도 수차례 검찰에 불려갔지만 사법처리 되지 않았다. 전당대회에서 돈을 뿌린 혐의로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공관에서 조사받는 특혜를 누렸다. 기소된 금액도 당초 폭로된 300만원이 전부였다. 검찰이 알아서 수사를 철저히 하지 않은 것이라고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특수 수사는 주체인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은 법조계의 상식이다. 흔히 호미로 땅을 파는 것과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는 것에 비유된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약하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호미로 샅샅이 땅을 파듯 최씨의 비리를 철저히 수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