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 발사실패 체면구겼는데… 우리軍 미사일 공개에 격앙된 듯

입력 2012-04-23 21:58

북한이 사실상 대남도발을 예고함에 따라 남북 간에 긴장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23일 밝힌 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의 통고는 일종의 ‘예고문’ 형식으로 사용된 용어가 욕설에 가까울 정도로 심하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위협이 구체적이다. 이 때문에 단순 위협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통고는 특별작전행동소조의 사용 수단, 타격 대상 등을 상세히 명시하고 있다.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장관 등 ‘군부 호전광’ 그리고 보수언론들이다. 보수언론에 대해서는 회사명까지 밝혔다. 또 “우리 혁명 무력은 빈말을 모른다”며 행동으로 옮길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처럼 초강경으로 나오게 된 배경은 지난 13일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에 따른 내부적 부담과 최근 우리 정부가 보여준 대북 강경 태도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광명성 3호를 강성대국 진입과 김정은 체제로의 3대 세습을 축하하는 ‘축포’로 활용하려 했지만 발사 실패로 체면을 구겼다. 따라서 실추된 강성대국의 면모를 다시 살릴 방안으로 대남 도발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특히 우리 군이 지난 19일 극비리에 실전 배치해 놓은 순항(크루즈)미사일 및 탄도미사일을 공개한 것이 북의 이번 반응을 불러온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타격력과 정밀도가 뛰어난 순항미사일이 노동당 청사의 김정은 제1비서 집무실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소개되자 북한은 ‘최고 존엄’을 모욕했다고 간주한 것이다. ‘최고 존엄’에 대한 위협은 곧바로 체제 전체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흥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통일교육원 특강에서 ‘북한의 농지개혁’을 촉구한 것도 북한의 극렬한 반응을 야기했다는 관측이다. 현재 북한은 민생문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군사기술 축적보다 경제시스템이나 바꾸라”고 면박을 줬고 북한 당국은 내정 간섭으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군은 북한군 위협과 관련해 “국제테러 집단이나 할 수 있는 언동”이라며 “도발 시 철저하고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 측 요인 및 주요 핵심시설 테러나 국가기간전산망에 대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 등을 대비해 특별보안 점검 및 방비태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 군의 특이동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