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 팔아 손에 쥔 건 5.4원뿐… 글로벌 불황·원자재값 급등 굴레에 갇힌 기업들

입력 2012-04-23 18:28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국내 기업의 경영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기업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국내 대표 제조업종인 전자업체 매출액증가율은 전년도의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국은행은 ‘2011년 기업경영분석(속보)’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업들의 성장성·수익성·안정성이 모두 전년보다 떨어졌다고 23일 밝혔다. 한은은 상장·비상장 법인 1663곳의 재무제표를 조사한 뒤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7.2%)보다 1.8% 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며 2002년 기업경영분석 지표가 발표된 이래 최저 수준이다. 100원짜리 물건을 팔아 고작 5.4원만 손에 쥐었다는 의미다. 한은 경제통계국 윤재훈 차장은 “지난해 반도체와 LCD 가격이 회복되지 않은 데다 원가 상승 등으로 철강 조선 등 국내 대표 업종들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도만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지표가 전년도보다 뒷걸음질 쳤다.

성장성 지표인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010년 16.9%에서 지난해 14.1%로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 중 전기전자의 매출액 증가율이 20.1%에서 2.6%로 급락했다. 반도체 매출액이 4%가량 떨어진 영향이 컸다. 비제조업 중 운수업 역시 세계 경기 둔화로 물동량에 악영향을 미쳐 27.7%에서 1.6%로 급감했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6.5%→5.0%)도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하락했다.

영업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420.8%로 전년 502.1%보다 대폭 감소했다. 금융비용 부담보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든 탓이다.

이자보상비율이 500%를 초과하는 우량 업체의 비중은 45.7%로 3.6% 포인트 축소됐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의 비중은 28.9%로 6.3% 포인트 늘어났다. 부채비율은 전년 95.0%에서 99.4%로 높아졌으며 차입금 의존도 역시 24.3%에서 25.3%로 소폭 상승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이 줄어들며 전년 62.7%에서 지난해 55.4%로 하락했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수입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말한다.

한은은 “유로존의 재무위기로 세계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원자재값이 상승하는 등 외부 환경 때문에 기업경영이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