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절단 위기 ‘중증하지허혈’ 환자, 줄기세포로 고친다

입력 2012-04-23 18:17


다리 절단 위기에 놓인 중증하지허혈(CLI) 환자를 지방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열렸다.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이한철(사진) 교수팀은 버거병,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 CLI 환자들에게 ㈜알앤엘바이오(대표 라정찬)가 배양한 지방조직 유래 간엽줄기세포를 투여,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아 손상된 다리 혈관을 재생시켜주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CLI에 걸리면 다리 부위의 말초동맥이 심하게 막혀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발 조직이 썩어 문드러지는(괴사) 족부궤양으로 하지를 절단해야 한다.

원인 질환은 버거병과 괴사성 족부궤양이 대표적이다. 이들 병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등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의료계는 CLI의 경우 막힌 혈관을 수술로 뚫어주거나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경피적 혈관성형술(PTA)’로 치료해 왔다. 문제는 치료 효과가 약 60∼70%선에 그친다는 점. 이 교수팀은 이를 극복할 목적으로 2008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아 지방세포조직에서 추출, 배양한 간엽 줄기세포로 버거병 등에 의해 손상된 혈관을 재생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에 착수했다.

대상자는 버거병 환자 12명, 당뇨병성 족부궤양 환자 3명 등 총 15명이었다. 이 교수팀은 이들의 지방세포조직에서 추출한 간엽줄기세포를 총 3억개가 될 때까지 배양한 다음 다리 근육에 각각 투여하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6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5명의 환자가 줄기세포 치료 중 발 또는 다리 일부를 절단했지만 나머지 환자들은 기존의 손상된 혈관 주위에 새 혈관이 생성되면서 혈액순환이 재개됨에 따라 통증이 줄어들고, 보행 시 절뚝거림도 눈에 띄게 완화됐다.

이 교수는 “간엽줄기세포가 난치성 CLI 환자의 혈관 재생 및 혈액순환 개선 치료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일본순환기학회지 ‘서큘레이션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