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도 과용하면 ‘毒’… 건강기능식품의 허실

입력 2012-04-23 17:55


서울대병원 박진호 교수 ‘사례’ 소개

막연한 피로감, 여기저기 시리고 저린 느낌, 관절의 불편함, 잦은 감기, 만성 두통, 어지러움…. 하나 같이 주사 한 방이나 1주일여의 약물 치료 같은 것으로는 쉽게 좋아지지 않는 증상들이다. 그렇다고 병원에 가자니 불편하고, 두려운 마음도 든다.

이럴 때 왠지 건강에 좋고, 나의 기능을 올려주고, 오래 먹어도 부작용이 없을 것 같고, 이름도 멎진 ‘건강기능식품’은 아주 매력적인 유혹이다. 많은 사람들이 질병 치료 목적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는 이유다.

과연 그럴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는 23일 원내에서 ‘한국인이 흔히 먹는 건강기능식품의 허와 실’이라는 제목으로 공개건강강좌를 열고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과신과 오해 때문에 적절한 진단 및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람들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남·오용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사례 몇 가지를 요약해 소개한다.

◇항산화제=항산화 작용을 가진 물질을 하루 필요량보다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까지 강화해 만든 식품이다. 좋은 성분을 많이 먹으면 몸에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유행하게 됐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컨대 비타민E(토코페롤)의 경우 하루 요구량이 10단위인데, 이 성분을 무려 400단위 또는 그 이상 함유하고 있는 건강식품이 많다. 그러나 토코페롤을 과용하면 오히려 심혈관계 질환과 전립선암 등 일부 암 발생위험이 증가하게 된다는 보고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 역시 실제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과다 복용 시 되레 폐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등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여성이 일일 권장 섭취량 이상의 비타민A를 복용하면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과 소화기암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일일 필요량이 100㎎인 비타민C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매일 1000㎎ 이상 복용한다고 면역력 증가와 심뇌혈관 질환 및 암, 노화 예방 등의 효과가 높아지는지에 대해선 아직 논란이 있다.

◇오메가-3 지방산=최근 들어 각광받는 성분 중 하나이다. 등 푸른 생선에 많은 EPA, DHA 등의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섭취하면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오메가-3가 부족하면 부정맥으로 인한 돌연사 위험이 높아지고, 심근경색증을 한 번 이상 경험한 사람이 오메가-3 지방산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연구결과 오메가-3 지방산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주 1회 정도 먹는 사람의 경우 돌연사 위험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주 2회 이상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한다고 돌연사 위험도가 더 줄어든다는 보고는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주 1∼2회 이상 생선을 섭취하는 식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오메가-3 지방산 함유 건강식품을 따로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일상 식생활에서 생선을 통해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필요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오메가-3 지방산 함유 건강식품을 따로 보충해야 하는 사람은 평소 생선 섭취를 아주 싫어하고 비만, 고지혈증 등 관련 심뇌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글루코사민=무릎 관절염의 진행을 더디게 하거나 연골 재생을 일부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기존 소염진통제와 비교해 부작용이 없고 관절 자체의 구조적인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무릎 관절염 외의 목적, 즉 손가락 관절염, 요통, 골다공증 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글루코사민 중에서도 ‘황산 글루코사민’ 성분만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자. 또 다른 성분 ‘염화 글루코사민’은 효과가 없다.

모든 무릎 관절염 환자가 다 효과를 보는 것도 아니다. 황산 글루코사민을 3개월 정도 복용했는데도 효과가 없으면 중단해야 한다. 이 경우 최적 용량은 하루 1500㎎ 정도다.

이밖에 전립선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선호되는 셀레늄과 소팔메토도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셀레늄은 복용 시 당뇨 발생 위험이 있고, 소팔메토는 기대만큼 전립선비대증 치료 효과가 약하다는 판정이 내려진 성분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