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마지막 국회, ‘몸싸움 방지법’ 결국 ‘방치법’ 될 듯
입력 2012-04-23 19:07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24일 열리지만 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인 국회선진화법을 비롯한 각종 민생·개혁법안들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민생법안 등을 처리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막판까지 힘겨루기로 맞서고 있어 이번 국회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23일 국회의장 직권상정 제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도입 등 국회 날치기 처리와 몸싸움을 막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문성근 대표권한 대행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새누리당 소속의 정의화 국회의장 대행 등이 국회선진화법의 일부 내용에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새누리당은 총선이 끝나자 여야가 합의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이 주도한 국회선진화법을 뒤집겠다고 한다”며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법안 처리를 공약으로 내건 새누리당이 이제 와 ‘상정할 수 없다’고 협박한다”며 “제왕적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를 무조건 통과시켜야 유능한 국회라는 구시대의 덫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몰아붙였다. 그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를 대립과 갈등, 몸싸움과 폭력 등 대결정치의 장으로 방치하기를 원하는지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법안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아직 정해진 게 없다. 24일 의원총회를 열어봐야 처리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법안 내용에 우려가 나오고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다. (우리도) 같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여론을 경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4·11 총선에서 제1당이 된 새누리당이 국회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이 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회법 처리가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6400여건의 법률안 모두가 자동 폐기될 우려가 높다.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 112위치추적법, 자본시장법,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방지를 위한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외국인 어업에 대한 권리행사법’, 온실가스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 등 민생·개혁과 직결된 법안들도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이와 관련해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법안들을 외면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8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5월 말까지 200억원에 가까운 혈세가 국회의원 세비와 보좌진 월급 등으로 들어간다”며 “자신의 집안일이라면 이런 식으로 본연의 업무를 내버려 두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